통상 봄을 지나면서 잦아드는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올해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되레 확산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환자수가 20여년간 통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8일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에 따르면 올해 20주차(5월 14~20일) 외래환자 1천 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 수(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는 25.7명을 기록했다. 직전주(23.4명)보다 2.3명 증가한데다 이번 절기(2022~2023년) 유행 기준(4.9명)의 다섯배 수준이다.
질병청은 전국 196개 의원에서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정보를 수집하며 표본 감시를 해 의사환자 분율을 발표한다. 38도 이상 갑작스러운 발열과 더불어 기침 또는 인후통을 보이는 경우 의사환자로 분류된다. 연령대별로 보면 의사환자 분율은 13~18세(52.6명)와 7~12세(49.1명) 등 소아청소년 사이에서 가장 높았다. 그다음이 19~49세(28.1명), 1~6세(29.5명), 0세(17.4명), 50~64세(10.5명), 65세 이상(6.5명)이었다.
독감 환자는 봄이 되면서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지만 올해는 독감 유행이 장기화하고 규모도 반등하는 모양새다. 이번 절기 독감 의사환자 분율은 지난해 마지막주(12월 25~31일) 60.7명까지 치솟은 뒤 점차 하락하며 올해 8주차(2월 19~25일) 11.6명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증가 추세로 되돌아서며 '쌍봉우리' 형태에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올해 20주차 의사환자 분율은 이전 최고치었던 2019년(11.3명)을 훌쩍 넘긴 것은 물론 질병청 통계가 있는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환자 분율이 5를 넘긴 것은 지금까지 2015년(6.6명), 2016년(6.3명), 2017년(7.6명), 2018년(6.0명) 등 5번뿐이었다.
독감 유행 장기화의 배경에는 큰 일교차와 봄철 활동량 증가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가 핵심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의사환자 분율은 개학 시점인 9주차 들어 감소세에서 정체세로 바뀌었다가 대중교통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3월 20일)된 12주차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독감 외에도 콧물, 두통, 가래, 인후통 등 증상을 보이는 급성호흡기감염증도 유행 중이다.
아데노바이러스, 리노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 바이러스성 급성호흡기감염증 입원 환자 수는 20주차 1926명으로 직전주(2160명)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호흡기 질환 예방을 위해 손 씻기, 환기, 기침 예절 등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밖에 영유아에게 취약한 수족구병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전국 109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수족구병 표본감시 결과 20주차 수족구병 의사환자 분율(외래환자 1천명당 수족구병 의사환자의 수)은 15.7명으로, 직전주(9.8명)보다 크게 늘었다. 수족구병 환자의 의사환자 분율은 16주차 3.9명을 기록한 이후 4주 사이 4배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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