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마와르에 발이 묶인 상황에서도 한국인들끼리 서로 배려하고 나누는 ‘시민 의식’이 빛을 발했다.
29일 귀국한 관광객들에 따르면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한 물품을 교환하며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알려졌다.
지난 22일(현지시간) 괌 국제공항이 폐쇄된 지 일주일만인 이날 오후 8시48분 내국인 승객 188명을 태운 진에어 LJ942편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착륙하자마자 기내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고 탑승객들은 전했다. 이어 제주항공 2편, 티웨이항공 1편이 인천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김정은씨(56)는 "며느리가 챙겨간 약이 있어서 현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물어물어 나누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7살 딸과 여행을 다녀온 조상철씨(38)와 김두리씨(34)는 "머물던 리조트에 물이 나오는 시간이 제한돼 현지 체류 중인 한인들끼리 서로 목욕실을 빌려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인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되는 곳을 알려주거나 상비약을 나눠주는 분들이 계셨다. 아이들 장난감도 순번을 정해 공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여행객들은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숙소를 구하기 어려운 데다 무더위에 수도 공급마저 끊겨 고충을 겪었다고 한다.
곽민주씨(34)는 "꼬박 하루 반나절을 씻지 못했다. 노숙하는 사람도 많았고 전기와 물이 끊겼어도 호텔에서 숙박비를 전부 받아 힘들어하는 분도 계셨다"고 했다.
친구와 함께 괌에 다녀온 조모씨(38)는 "호텔에서 쫓겨나 현지에서 빌린 차 안에서 하루를 보낸 적도 있다. 간신히 숙소를 잡았지만 단수로 목욕을 이틀에 한 번만 했다"고 말했다.
임신부 안다경씨(33)와 남편 유한결씨(44)는 "방 내부 온도가 30도까지 올랐지만 물이 끊기고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아 어려움이 컸다. 물티슈로 몸을 닦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여행이 길게는 일주일 연장된 탓에 경비가 바닥난 관광객도 있었다고 한다.
송도에 거주하는 이모씨(46)는 "여행경비로 300만원을 예상했는데 배 가까운 비용을 지출했다"며 "나는 여유자금을 챙겨가 다행이었지만 현지에서 돈을 꾸는 사람도 있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국에서 재난을 맞은 가족을 가슴 졸이며 기다리던 시민들도 일찌감치 공항에 나와 마중했다.
김모씨(40)는 자녀와 함께 아내를 맞았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은 엄마를 만나면 "웰컴"이라고 외치고 싶다며 들뜬 표정이었다
최동기씨(61)는 여행 다녀오는 딸을 오후 8시30분부터 기다렸다. 그는 "딸이 에너지바와 컵라면, 생수로 끼니를 때웠는데 그것도 구하기 힘들다고 했다"며 "송금하고 싶어도 단전 때문에 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외교부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한국에서 괌으로 출발하는 우리 국적기는 총 11편이다. 가장 먼저 인천공항에 도착한 진에어를 시작으로 대한항공·티웨이항공·제주항공 등 항공편이 30일까지 약 2500명을 수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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