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의 다자간 경제 통상 협력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공급망 안정화 협정에 합의했다. 한국 등 IPEF 14개 회원국은 27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장관 회의를 열고 비상 소통 채널인 ‘위기 대응 네트워크’를 가동하는 등 국제 공급망 안정을 위한 공동 대처를 다짐했다. IPEF 참가국들은 공급망 위기 발생 시 대체 공급처 파악, 대체 운송 경로 개발 등 긴밀한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은 이번 협정 타결로 ‘제2 요소수 대란’을 막을 수 있는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하게 됐다. IPEF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9%를 차지하는 초대형 협력체로서 호주·인도네시아 등 자원 부국과 미국·일본 등 기술 선도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잖아도 자원 빈국인 한국은 공급망 교란에 가장 취약한 나라로 꼽힌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의 분석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은 해외 특정국에 휘둘리는 ‘수입 취약성’ 면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희토류 수입의 85.7%를 중국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가치 동맹 강화로 자원 무기화 견제와 공급망 다각화를 위한 우군을 확보한 셈이다.
하지만 IPEF 협정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므로 중국 측의 반발과 몽니 가능성까지 고려한 주도면밀한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중국의 제재에 직면한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대체하지 말라는 주문을 받는 한편 중국으로부터 “미국에 협력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9일 “한국이 미국의 간섭을 무시할 수 없다면 심각한 경제적 결과에 직면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우리는 미국 주도의 가치 동맹을 더 강화하면서도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여가는 탈(脫)중국 전략을 부작용 없이 연착륙시키는 난제를 해결해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한중 간의 경제 협력과 문화 교류를 계속 이어가면서 치밀하고 정교한 외교를 통해 한미 동맹 격상의 불가피성을 설득해야 한다. 또 중국의 압박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수출 부진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시장 다변화 전략도 꾸준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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