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직원들이 자신을 험담하는지 보기 위해 몰래 메신저를 열어보고 촬영한 직장 상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
2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의 한 영어학원 A 부장은 지난 1월 10일 오후 12시 10분 B 차장이 점심을 먹으러 간 사이 그의 컴퓨터에서 그가 다른 직원들과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 내용을 열어 보고 촬영한 뒤 원장에게 전송했다.
B 차장과 다른 직원들의 메신저 대화는 주로 학원 운영의 불합리성과 A 부장의 업무 능력을 평가하는 내용이었다.
A 부장은 메신저를 본 후 화가 나 B 차장을 원장실로 데려갔고, 원장은 B 차장의 메신저 내용 등을 포함해 평소 업무 태도가 상사에 대한 직장 괴롭힘이라고 지적하고 질책했다고 한다. B 차장은 이에 원장에게 죄송하다고 말하고 학원을 그만뒀다.
B 차장은 “나라님도 없는 곳에서는 욕할 수 있다. 직장 생활이 힘든 점을 토로한 것이다. A 부장의 일 처리 방식 때문에 직원들이 힘들어했고 이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고 말했다.
B 차장은 퇴사 후 A 부장이 메신저를 도촬하고 타인에게 유출한 부분에 대해 정보통신법 위반 혐의로 신고해 관련 사건이 경찰 조사를 거쳐 최근 검찰로 넘어갔으며, 별도로 민사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B 차장은 “가급적 조용히 끝내고 싶었지만 나에 대한 계속된 명예훼손 발언이 나와 참을 수 없었다”고 밝혔지만 A 부장은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A 부장은 “B 차장이 다른 선생님들을 선동해 나를 왕따시키고 괴롭혔으며 지시 사항을 잘 따르지 않았다. 내가 사무실에서 무슨 지시를 하면 바로 직원들이 메신저 대화를 나누는 알람이 울렸다. 이들의 메신저 대화에는 비난도 있었다. 부하 직원들의 직장 괴롭힘을 원장에게 알린 것”이라고 말했다.
학원장은 “A 부장이 부하 직원들의 괴롭힘을 신고했고, 그 증거로 B 차장 등의 험담 내용이 담긴 채팅창을 찍어서 나한테 보낸 거다. A 부장은 부하 직원들이 이렇게 내 욕을 하고 있으니 봐라. 직장 괴롭힘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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