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 2기가 24일 출범해 첫 회의를 열었다. 현 정부가 인기가 떨어져도 국민연금 개혁을 이루겠다고 장담한 만큼 행정부와 국회의 협조하에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 속도가 붙기를 바란다. 해당 논의가 진척을 보이려면 국민연금 개혁 방향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뤄낼 정치권의 선도적인 설득 노력이 필요한데 정치권의 방향성이 일관적이지 못한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갈팡질팡하는 정치권의 모습에서 다음 두 가지 사안이 눈에 띈다.
먼저 정부는 국민연금 재정이 고갈된다고 하고,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들은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연금을 못 받을 일이 없다고 주장한다. 상반된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운영 방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한국과 같이 대규모 기금을 쌓아두고 연금 제도를 운영하는 방식을 적립식이라고 한다. 국민연금제도는 국민들의 가입을 유도하고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처음부터 저부담·고급여 구조로 설계됐다. 쉽게 말하면 가입자가 낸 돈보다 더 많이 받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기금의 고갈을 피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이 건강한지를 체크하고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정을 하도록 돼 있지만 지난 정권은 이에 대한 조정을 외면했다. 그 결과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는 한국에서 기금 고갈 시기는 더욱 앞당겨지고 있다.
기금이 고갈돼도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은 기금이 고갈되면 국민연금 운영 방식이 현재의 적립식에서 부과식으로 어쩔 수 없이 바뀐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부과식이란 현재와 같은 대규모 기금 없이 연금으로 지출되는 액수만큼 그때의 국민연금 보험료 또는 세금을 받아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많은 국가에서 이 같은 부과식 방법으로 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도 기금이 고갈되면 이 같은 방식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인구구조를 볼 때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는 일하는 세대에 비해 국민연금을 수령해야 하는 은퇴 세대가 미래에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 온다. 이때 부과식으로의 전환은 국민연금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급격한 보험료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국민연금제도를 부과식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국민연금 재정이 고갈되기 전에 연금을 수령하는 현재의 기성세대가 자신들이 짊어져야 하는 부담을 아직 투표권이 없거나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 세대에 전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표권이 있는 기성세대에는 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 아직 투표권이 없는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정치인들은 좋아할 수 있지만 과연 우리가 이런 결말을 원하는 것인가. 안 그래도 불안한 미래 소득 때문에 코인 투자 등을 통해 재산 증식을 꾀하는 젊은 세대에 더 큰 불확실성과 부담을 지우는 것이 옳은 것인가. 정답은 없지만 이를 정확하게 알리고 국민들의 합의를 도출하려는 정치권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권이 갈팡질팡하는 또 다른 모습은 노령층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도입하자는 주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노인빈곤율과 OECD 회원국 평균 소득대체율에 못 미치는 현재 한국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고려하면 얼핏 맞는 주장처럼 들린다. 하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개혁 없이 기초연금만 강화하면 국민연금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다. 나이만 들면 누구에게나 국가에서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하면 국민연금에 대한 중산층의 외면을 초래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초연금은 정말 빈곤한 노년층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국민연금을 그대로 두고 또는 국민연금을 깎고 기초연금을 강화하자는 주장은 국민연금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포퓰리즘에 지나지 않는다.
미래 자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연금 수령 연령 상향, 근로 기간 연장 등 현재의 희생이 불가피하다. 정치권이 이를 명심하고 국민연금 운영의 방향성, 기초연금과의 관계 등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야 전문가들의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속도를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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