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간부의 자녀 채용 특혜 의혹과 국회의원 가상자산 이해충돌 조사에 적극 임하겠다고 30일 밝혔다. 전 위원장은 “권익위는 정부의 부패 방지 총괄 기관”이라며 조사 책무를 강조했다. 하지만 임기가 한 달 남은 전 위원장이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현안에 갑작스레 입장을 밝히며 공직을 정치적 행보를 도모하기 위한 발판으로 사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현안 기자 간담회를 열고 “선관위 자녀 채용과 관련한 신고가 접수돼 권익위에서 (불법성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선관위 측에 채용 비리 의혹 실태 조사를 다음 달 1~30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공문으로 전달했다. 선관위는 31일 답변을 내놓을 방침이다. 권익위는 단독 조사 또는 선관위와의 합동 조사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김남국 의원의 투기 논란으로 촉발된 국회의원 가상자산에 대한 전수조사 의지도 피력했다. 25일 여야는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가상자산 자진 신고 및 조사 결의안’을 의결해 26일 권익위에 전달했다. 다만 보안성이 높은 가상자산 보유 현황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의원 개개인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의식한 듯 전 위원장은 조사단 구성 방식 2가지를 국회에 제안했다. 정무직인 위원장 자신과 부위원장 3명이 모두 참여하는 방식 또는 4명 모두 조사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이다. 현재 권익위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 위원장, 윤석열 정부에서 지명된 부위원장 3명이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다. 아울러 장·차관 등 고위 공직자의 가상자산 조사 의지도 표명했다.
다음 달 27일 임기가 끝나는 전 위원장이 현 시점에 입장을 밝힌 배경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이날 간담회는 전일 저녁 갑작스레 공지됐고 부위원장 등 내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전 위원장이 1일 자신의 감사 건이 의결될 수 있는 감사원의 회의 개최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선관위와 국회도 자체 회의를 각각 열고 해결책 마련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이날 긴급 위원회의를 개최해 인사 투명성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이 원할 때까지 고민하고 국민을 또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권익위와의 합동 조사 가능성에 대해 노 위원장은 “내부적으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수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선관위는 31일 긴급 위원회의를 한 차례 더 연 뒤 개선 방안 등을 발표한다. 선관위는 행정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사무총장 기용은 1988년 이후 35년 만으로 조직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자 ‘파격 카드’를 통해 비판 여론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도 이날 김남국 의원 징계안을 특위 내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자문위의 활동 기한은 다음 달 29일까지로 결정됐다. 변재일 윤리특위 위원장은 “자문위 결과가 나오고 김 의원을 특위 회의에 출석시켜 소명할 기회를 줄 계획”이라며 “출석 거부 시 상당히 징계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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