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숨진 고 김상연군(18)을 추모하고자 시민들이 놓아둔 꽃을 학교 측이 폐기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이 일고 있다.
학교 측은 “모르고 버렸다”며 해명했지만 별도의 추모 공간도 마련하지 않은 채 놓아둔 국화꽃마저 치우며 사건을 덮으려고만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30일 오전 천안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그곳은 역시나', '추모 꽃 쓰레기통 글 보고 화가 나서 학교에 전화했다' 등의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김군을 추모하기 위해 학교 경비실 앞에 둔 국화꽃이 사라졌다'는 글과 함께 올라온 사진에는 박스에 담긴 꽃다발이 쓰레기봉투 등과 함께 놓인 모습이 담겼다.
한 네티즌은 "버려진 꽃은 제가 어제 아이들과 추모하고 놓은 것이고 썩은 것 하나 없이 멀쩡했다"며 "왜 이 꽃을 쓰레기 처리하려고 치운거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이날이 김군의 생일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다른 네티즌들은 "오늘이 김군 생일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냐", "학교 측이 버린 것이냐", "비가 와서 국화에 우산을 씌워 놨는데 이것마저 다 버린 것 같다" 등의 댓글을 달며 분노를 드러냈다.
네티즌들의 잇단 항의 전화에 학교 측은 “경비원이 모르고 버린 것”이라면서 “현재는 원상 복구했다”고 해명했다.
천안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이날 출근한 학교 지킴이(경비원) 경비실 근처에 놓인 꽃을 보고 쓰레기인 줄 착각하고 버린 것 같다"며 "학교 측은 지난 22일 김 군 사망 관련 아침 방송을 통해 애도식을 가졌고 학교 일정 등도 연기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군은 수첩에 3년간 당해온 언어폭력과 따돌림 등 학폭 피해기록을 남기고 지난 11일 천안 동남구 자택에서 숨졌다. 김군 부모는 학교폭력 가해자로 수첩에 명시돼 있는 학생 7명과 3학년 담임교사를 경찰에 고소해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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