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혐오와 차별 등 자라면서 느꼈던 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여러 민족들이 서로 섞이지 못할 때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차이를 극복하는지를 다루고 싶었습니다. 이민 1세대셨던 부모님의 사랑 덕분에 이 영화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피터 손 감독)
‘업’ ‘코코’ ‘인사이드 아웃’ ‘소울’ 등으로 전 세계를 매료시켜온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27번째 장편 ‘엘리멘탈’이 영화 팬들을 찾아온다. 30일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피터 손 감독과 이채연 3D 애니메이터는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이니만큼 우리에게도 특별한 작업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엘리멘탈’은 불·물·흙·공기의 4원소가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불처럼 열정 넘치는 주인공 앰버가 물처럼 흐르듯 사는 웨이드를 만나 서로를 이해해 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앰버와 부모님은 원래 살던 곳인 ‘파이어랜드’를 떠나 새로운 삶의 터전에 정착한다. 여기에는 1970년대 초반 부모님과 함께 뉴욕으로 이주한 손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반영돼 있다.
손 감독은 “차별과 갈등을 겪으며 무엇이 나를 구성하는가를 이해하게 됐다”며 “앰버도 웨이드를 만나며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버지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 하셨지만 공감 능력을 통해 손님들을 모두 이해했다”며 “공감 능력과 인종의 다양성 등의 가치를 영화를 통해 그려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루는 또 다른 메시지는 세대 간 갈등이다. 이민 1세대인 앰버의 아버지 버니와 앰버는 갈등을 겪는다. 버니는 앰버에게 자신의 잡화점을 물려주고 싶어하고, 다른 종족과 얽히기를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앰버는 웨이드와 만나며 세상 밖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어한다. 이 역시도 손 감독의 경험이 반영된 것이다. 그는 “아버지의 식료품 가게를 원래 내가 물려받았어야 해 부모님과 많이 싸웠었다”면서 “그림에 재능을 가졌던 어머님은 결국 희생하시며 그 뜻을 펼치지 못했지만 내가 대신 꿈을 펼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영화는 지난 주 막을 내린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돼 5분 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해외 평단은 복잡한 스토리 라인과 너무 많은 메시지를 담으려 했다는 이유로 호불호가 갈리는 평을 내리고 있다. 본편 상영 전 삽입된 픽사의 명작 ‘업’의 새 단편 ‘칼의 데이트’는 관객들의 향수와 눈시울을 자극한다. 다음 달 14일 개봉. 1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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