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안에서 처음 보는 9살 여자아이의 귀에 손가락을 찔러 넣은 80대 노인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13부(부장 박주영)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80대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과 장애인 관련 기관 각각에 취업제한 3년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경기 양주의 한 건물 승강기 안에서 B(9)양의 귀에 손가락을 찔러 넣고 신체를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승강기 안에는 A씨와 B양, B양의 친구를 비롯해 성인 2명이 더 타고 있었다.
A씨는 성인 2명이 내리고 B양과 B양 친구만 남게 되자 갑자기 B양의 귀에 손가락을 찔러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와 B양은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이에 놀란 B양이 승강기 비상벨 쪽으로 몸을 옮기자 이번에는 승강기에서 내리면서 B양의 신체를 만졌다.
당시 상황은 승강기 내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B양은 부모에게 추행 사실을 알렸고, A씨는 B양 부모의 신고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에서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13세 미만의 아동은 건전한 성적 정체성과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강한 보호가 필요하다”면서 “피고인은 피해자 및 그 법정대리인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추행의 정도가 무겁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고령인 점,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양형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