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의 긴장이 팽팽해지고 있는 가운데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의 기술 분야 기업의 경영진을 만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익명을 원한 관계자들은 이번 주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콘퍼런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황 CEO가 다음달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이같은 일정이 비공개이기 때문에 익명을 원한다고 전제하면서 황 CEO의 중국 일정에는 게임엄계 선두주자인 텐센트 홀딩스와 틱톡의 소유주인 바이트댄스와의 미팅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급성장하는 인공 지능 분야에서 중요한 사업자로 부상하고 있지만 지정학적인 문제로 인해 중국 내 입지가 복잡해졌다.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는 제재를 발표하고 엔비디아가 텐센트와 바이트댄스를 포함한 중국 고객에게 최첨단 인공지능(AI) 칩셋을 판매할 수 없도록 했다.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둔 엔비디아는 중국에서 매출의 약 5분의 1을 얻고 있으며, 제재 조치 이후 중국 시장에 대한 제품군을 재조정하는 등 규제를 준수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칩셋은 챗GPT의 기반이 되는 대규모 언어 모델과 같이 AI 시스템 학습을 위한 최고의 표준으로 간주된다.
중국을 방문하는 미국 기업가는 황 CEO 뿐 아니다. 그는 애플의 팀 쿡,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경제 재개에 발맞춰 세계 2위 경제 대국을 방문하는 기업 총수들의 대열에 합류했다. 팬데믹 당시 겪은 경기 둔화도 불구하고 중국은 여전히 많은 세계 대기업의 핵심 시장이며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를 지나면서 성장이 다시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은 지난 주이후 적어도 기술 분야에서는 셀러브리티의 지위로 급부상했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수요의 급증을 예상했고, 이에 기반한 행보에 따라 회사의 시가총액은 30일(현지시간) 세계 반도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기도 했다. 대만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황 CEO와 사진을 찍으려는 미디어와 팬들이 몰리기도 했다.
그동안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 고객사들은 미국의 반도체 제재로 인해 전 세계 AI 개발 전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부인했다. 더 많은 칩을 사용해 성능 손실을 부분적으로 만회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따라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이번 황 CEO의 중국 방문 일정에는 전기차 제조업체인 리샹(Li auto)와 비야디(BYD), 또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는 샤오미도 포함돼 있다고 한 관계자는 말했다. 이 관계자들은 황 CEO의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세부 사항이 변경될 수 있다고 전했다. 리샹과 비야디, 샤오미는 물론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 댄스 측은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엔비디아 대변인도 이에 대한 논평을 거절했다.
엔비디아는 황 CEO가 1993년 공동 창업한 업체로 여전히 황 CEO가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컴퓨터 코드를 게이머들이 좋아할 만한 사실적인 그래픽으로 변환하는 칩을 개발하는 데 있어 경쟁자들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경쟁 업체들이 인수되거나 파산하는 업계의 부침을 이겨냈다. 이에 회사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막대한 연산 능력이 필요한 AI 서비스를 훈련하고 호스팅는데 힐표한 칩을 생산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주 AI 분야 수요에 힘입어 월가의 예측을 뛰어넘는 판매 전망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아울러 주말 새 로봇 공각에서, 게임, 광고, 네트워킹에 이르는 새로운 AI 관련 제품 출시를 발표한 후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황 CEO는 또한 기술 기업들이 자체적인 버전의 챗GPT를 만들 수 있는 AI 슈퍼컴퓨터 플랫폼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아크이노베이션ETF를 운영하는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지난 1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엔비디아의 비중을 축소한 점에 대해 언급하며 반도체 산업의 상승과 하락 사이클에 따라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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