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1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둔화했다. 물가 상승세가 주춤하는 모습이 분명해지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6월 인상을 마지막으로 꼭 1년 만에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로존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6.1% 올랐다. 이는 시장 전망치(6.3%)는 물론 4월의 7.0%를 밑도는 수치로 지난해 2월(5.9%)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저치다. 전날 나온 독일의 5월 CPI도 전년 대비 6.3% 올라 전망치(6.8%)는 물론 4월의 7.6%를 밑돌았고 프랑스 CPI 상승률 역시 6%로 집계돼 4월의 6.9%에서 0.9%포인트 빠졌다. 스페인의 5월 CPI는 전년 대비 2.9% 오르는 데 그쳐 약 2년 만의 최저 상승 폭을 보였다.
이에 따라 ECB가 6월에 기준금리를 3.75%에서 4%로 끌어올린 뒤 7월에 동결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CB는 지난해 7월을 시작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시장조사 업체인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경제학자 클라우스 비스테센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우리는 이제 유로존에서 분명한 인플레이션 둔화 신호를 보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6월 회의에서 ECB의 기조가 바뀔 것을 염두에 두고 7월의 기준금리 사이클 종료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이 2분기 연속 역성장해 ‘기술적 침체’에 접어든 것도 긴축 지속의 명분을 약화시키는 요소다.
시장이 유로존의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달러·유로 환율은 이날 1.0638달러로 전장 대비 0.77% 하락(유로화 약세)했다. 이는 약 두 달 만의 최저치다.
다만 ECB 고위 인사들은 시장의 ‘7월 동결’ 기대에 선을 긋고 있다. 이날 나온 유로존의 5월 근원 인플레이션(에너지·식품을 제외한 물가 상승률)은 5.3% 올라 예상치(5.5%), 이전치(5.6%)를 밑돌았지만 ECB의 목표치인 2%를 여전히 크게 상회하고 있다. 루이스 데긴도스 ECB 부총재는 5월 31일 “최근의 인플레이션 둔화는 긍정적인 소식”이라면서도 “전투에서 승리했냐고 물으면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디스 뮐러 ECB 집행위원 겸 에스토니아 중앙은행 총재도 “현재의 인플레이션 흐름을 보면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한 차례 이상 단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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