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연일 드러나는 추가 의혹으로 감사원의 전면적인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만 선관위는 수용 불가 입장을 공식화하며 버티기에 들어간 상태다. 이에 감사원이 사실상 수사기관 고발 가능성을 시사하며 정면충돌했다.
선관위는 2일 감사원의 직무 감찰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최종 입장을 발표했다. 아울러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박찬진 전 사무총장 등 간부 4명에 대해서는 경찰청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경찰청과 같은 수사기관은 기본적으로 고소·고발이 이뤄진 사항을 중심으로 진위를 밝히기 때문에 선관위 등이 수사 의뢰하지 않은 의혹까지 전면적으로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이 같은 선관위의 감사 거부 방침에 대해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선관위는 국가공무원법 제17조의 ‘인사 사무 감사를 선관위 사무총장이 한다’는 내용을 감사 거부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감사원은 “해당 규정은 행정부(인사혁신처)에 의한 자체적인 인사 감사의 대상에서 선관위가 제외된다는 의미”라며 “선관위 인사 사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배제하는 규정이 결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법 제24조에는 감사 제외 기관이 국회·법원·헌법재판소 3곳으로 명시된 만큼 “선관위는 감사원법상 직무 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는 선관위 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감사원은 “정당한 감사 활동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감사원법 제51조에 따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당 조항은 감사를 거부·방해하는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선관위가 ‘감사 거부’ 방침을 고수한다면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대선 사전투표 때 불거진 ‘소쿠리 투표’ 논란도 환기했다. 감사원은 당시 선관위 직무 감찰을 시도했지만 선관위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진상 파악에 난항을 겪었다. 감사원은 해당 소쿠리 투표 논란과 관련해 “2022년 발생한 제20대 대선 사전투표 부실 관리에 관한 사항도 감사원 감사의 대상으로, 감사원은 선관위로부터 자체 감사 결과를 제출받아 그 감사 결과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관위가 담당하는 선거 관련 관리·집행 사무 등은 기본적으로 행정사무에 해당하고 선관위는 선거 등에 관한 행정기관이므로 감사 대상에 해당한다”며 “다만 그간 선거 관리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감사를 자제해왔다”고 덧붙였다. ‘소쿠리 투표’ 논란 때는 감사원의 사실상 양보로 상황이 유야무야 정리됐지만 쌓여 있던 앙금이 터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편 선관위 전수조사 과정에서 특혜 채용 의혹이 추가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날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인천시선관위 2명, 충북도선관위 1명, 충남도선관위 1명 등 총 4명의 퇴직 공무원 자녀가 각각 부친이 근무하는 광역시도 선관위에 경력으로 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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