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가 사법부 독립, 러시아 제재 등을 둘러싸고 서방과 갈등을 빚고 있는 헝가리의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 수임을 우려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에 헝가리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헝가리가 내년 EU 순회의장국을 맡는 데 대한 우려를 담은 결의안을 찬성 442표 대 반대 114표, 기권 33표로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EU에 관한 조약(마스트리흐트 조약) 제2조에 명시된 가치, 성실한 협력 원칙 등을 고려할 때 헝가리가 EU 의장국으로서 적합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EU 조약 제2조는 연합이 추구하는 가치로 인간에 대한 존중, 자유, 민주주의, 평등, 법의 지배 및 소수자의 인권 등을 명시하고 있다.
헝가리는 2016년 회원국 간 합의에 따라 내년 7월부터 12월까지 EU 순회의장국을 맡을 예정이다. 의장국은 각료회의 등 고위급 회의를 주재하고 의제와 우선순위를 정하는 등 정책 결정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유럽의회는 헝가리 정부가 부패를 해소하고 법치주의를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EU 집행위원회는 헝가리에 대해 대법원 독립성 보장, 사법부 자치 기구의 권한 강화를 비롯한 법치주의 개선 조처를 이행하라고 요구하며 당시 헝가리에 할당됐던 58억 유로의 무상 보조금과 96억 유로 규모의 대출 지급을 중단했다.
친(親) 러시아 성향이 강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놓고 서방과 마찰을 겪고 있다. 헝가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을 거부해왔으며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제재를 비판해왔다. 이에 앞선 5월 30일 아나 루어만 독일 유럽장관은 “헝가리가 (EU) 이사회 의장직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헝가리 측은 유럽의회의 결의 채택에 즉각 반발했다. 바르가 유디트 헝가리 법무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순회의장국 수임 준비를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며 “유럽의회는 전적으로 불필요한 결의를 채택했다”고 밝혔다. 폴란드 역시 EU의 사법 개혁 요구는 과도한 간섭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유럽의회의 결의 채택은) 가장 중요한 EU 조약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EU의 운영 방식을 파괴하는 행위는 혼란만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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