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파업 중에 의도적으로 회사 자산에 손실을 입혔다면 회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노조 파업권의 보호 범위에 선을 그으면서 추후 미국 노조의 파업 관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1일(현지 시간) 콘크리트 판매 업체 글레이셔노스웨스트와 트럭 노조 간 소송에서 대법관 8 대 1의 의견으로 회사가 파업에 따른 손실보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전체 대법관 9명 중 보수 성향의 대법관 6명은 물론 진보로 분류되는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도 판결에 동의했다. 글레이셔노스웨스트는 앞서 트럭 노조가 2017년 파업 당시 의도적으로 자산에 손상을 가했다며 워싱턴 주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파업에서 16명의 노조원들이 배송을 중도 거부했으며 9명은 콘크리트를 실은 차량을 내버려뒀다. 비노조원이 콘크리트를 차량에서 빼내면서 차량 손실은 피했지만 콘크리트를 쓰지 못하게 됐으며 계약을 이행하지 못해 10만 달러의 손실이 추가로 발생했다고 회사 측은 주장했다.
앞서 2021년 워싱턴 주대법원은 회사가 입은 콘크리트 손실이 연방노동법으로 보호되는 범주 내에 있다고 보고 회사의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회사는 항소했고 상급 법원인 연방대법원은 주대법원과 다르게 판단했다. 연방대법원은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작성한 다수 의견에서 “노조의 행위는 콘크리트를 망가뜨린 것뿐 아니라 회사 트럭에 예측 가능하고 의도적이며 즉각적인 손해를 입혔다”며 “노조가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합리적인 예방 조치를 취하는 대신 글레이셔 측의 자산을 위험에 빠뜨렸기 때문에 이는 연방노동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낸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이번 판결이 노조의 파업 권리를 침해할 위험이 있다”고 적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판결로 고용주가 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재산 손실에 대해 노조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길이 열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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