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딱 하루 전날인 지난 24일. 인천에서 또 한 명의 전세 사기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벌써 5번째 희생자다. 평범했던 사람들의 일상을 지옥으로, 끝내 죽음으로 몰고 간 전세 사기의 정체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서울경제신문 유튜브 채널 일큐육공(1q60)에서 현재 진행형인 전세 사기의 실체와 전세 사기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기형적 구조에 대해 파헤쳤다.
◇전셋값은 어떻게 집값보다 비싸졌나 = 전세 사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 깡통 전세. 깡통 전세란 전세가가 매매가의 80% 이상에 육박해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집을 뜻한다. 지금처럼 부동산 하락의 시기가 찾아오면, 언제든 전세가와 매매가가 역전될 수 있는 매물인 . 그런데 애초에 집을 빌리는 비용인 전세가 어떻게 집을 소유하는 매매 가격에 육박하게 된 걸까?
전세 사기 문제가 집중되고 있는 빌라, 특히 신축 빌라는 시세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규격화된 아파트와 달리 위치도 모양도 옵션도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악용해 2억을 주고 산 빌라를 2억2000만원에 전세를 내놓는다면? 임대인에게는 2000만원의 추가 자본이 생긴다. 100채를 산다면 20억의 여유 자금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돈을 번 사기꾼들은 바지 사장에게 명의를 돌린 후 잠적했고, 이름뿐인 바지 사장은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
◇세계 유일, 한국만의 주거 방식 ‘전세’ = 이 사태의 배경에는 한국의 독특한 주거 방식인 전세 제도가 있다. 전세 제도는 세입자들의 주거 비용을 줄여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심각한 리스크도 존재한다. 사실 집주인 입장에서 전세 제도는 고효율의 사금융이다. 세입자에게 집을 빌려주는 대가로 이자 없는 목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 게다가 정부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전세 대출의 문턱을 낮췄고 한 발 나아가 집주인이 전세금을 떼먹어도 정부가 대신 갚아주는 제도(전세보증금반환보증)까지 마련했다. 전세금과 함께 집값도 부풀 때에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부동산 하락기가 오면서 집값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반면 전세금은 대출로 여전히 유지되며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갭 차이로 인해 폭탄은 터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로 세입자들은 더욱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시세 파악은 기본이고 집주인의 채무 상태도 확인해야한다. 계약할 때 특약도 설정하고 전세 보증보험 가입도 챙겨야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깐깐하게 따진다면 전세 사기 피해를 입지 않을까? 과연 피해자들은 이런 책임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사기를 당한 것일까? 세입자가 아무리 조심하고 정부의 다양한 보호 제도를 적극 이용해도 사기 피해자가 되는 근본적인 이유, 1q60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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