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을 하지 않은 채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다가 8살 남자아이의 목과 팔·다리 등을 물어뜯은 개가 사고 10개월 만에 살처분을 일단 면하게 됐다.
1일 울산지법 형사5단독 한윤옥 판사는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80대 견주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압수품으로 분류된 사고견을 몰수한다고 명령했다.
살처분을 의미하는 압수품 ‘폐기’가 아닌 ‘몰수’ 명령에 따라 사고견은 일단 국가로 귀속됐다. 검찰이 다시 사고견, 즉 몰수 명령이 난 압수품 처리 여부를 결정하게 됐다는 의미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처리 여부에 대해 적절한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피해 아동에게 씻을 수 없는 육제적, 정신적 피해를 입힌 점 등을 참작했다”라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선고 후 피해자 B군의 부모는 “형이 너무 가볍다. 사람을 죽일 뻔한 개는 살처분 명령이 내려질 거라 생각했다”고 하소연했다. 법정 밖에서 만난 견주 A씨에게 B군의 아버지는 “어떻게 제대로 된 사과 한 번이 없느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A씨와 그의 딸은 “보험으로 처리하겠다”며 자리를 피했다고 세계일보는 전했다.
사고견은 지난해 7월 울산시 울주군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초등학교 1학년인 8살 B군에게 달려들어 목과 팔·다리 부위 등을 물었다. 개에게 물린 아이는 목 등에 출혈이 발생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봉합 수술을 받았다. 당시 사고 장면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영상으로 공개됐다. 공개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B군이 사고견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모습이 담겼다. B군이 2분간 공격을 당하고 있을 때 현장을 목격한 택배기사가 달려와 사고견을 아이에게 떼어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는 아이를 병원으로 이송한 후 현장을 배회하던 사고견을 포획했다. 당시 아이의 가족은 “택배기사 아니었으면 현장 즉사였다. 사고견이 (아이의 목을) 자근자근 씹어놨다”라고 분노를 토로했다.
견주 A씨를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한 경찰은 사고견을 폐기 처분(살처분) 하도록 검찰에 지휘를 요청했다. 검찰은 ‘보완사항에 대한 수사와 검토를 진행한 뒤 압수물 폐기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할 때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다시 지휘받기를 바란다’며 보완 수사 지휘를 했다.
검찰은 압수품인 개가 사람을 물어 중한 상해를 야기한 사고견이라고 해도 사람에게 위해를 줄 수 있는 물건으로서 보관이 위험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형사소송법이 아닌 동물보호법 제22조에 따른 안락사 가능 여부 확인을 경찰에 전달했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안락사를 하기 위해서는 사고견 위험성을 진단하고 안락사를 실행할 수의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맡겠다고 나서는 수의사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사고견은 포획 직후 유기견보호센터에 있다가 동물보호단체인 ‘비글구조네트워크’에 위탁됐다.
사고견은 진도 믹스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측은 해당 사고견에 대해 '울산이'라는 이름을 붙여 보호하고 있으며 다른 보호견과 별도로 분리해 혼자 두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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