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민단체를 비롯한 비영리 민간 단체에 지급한 보조금이 곳곳에서 부정 사용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지방정부인 지방자치단체가 별도로 집행하는 보조금에 대한 관리 체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자체 보조금의 특성상 암암리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이번 기회에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혈세 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행정안전부는 올 1월 전국 17개 시·도 기조실장회의를 열고 전국 243개 지자체가 비영리 민간 단체에 지급한 보조금에 대한 전수조사에 돌입했다. 추가경정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본예산 기준 연도별 민간 부문 지방보조금은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8년 13조 3296억 원에서 매년 증가해 2022년에는 17조 1192억 원으로 5년 만에 28.4% 급증했다.
이번 조사에서 지자체들은 보조금의 목적 외 사용,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지방보조금을 받는 부정 수급 여부 및 지출 서류 조작과 같은 회계 처리 위법성 등의 문제를 중점 점검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 시정 조치와 자체 감사를 진행하고 올 연말까지 지방 보조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보조금 집행 전 과정에 대한 관리 및 온라인 공개 등을 통해 투명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중앙정부에 등록한 지자체 지부나 지회가 지자체마다 별도로 등록된 경우가 많아 중복 수급이나 허위 수급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등록 법인에 대한 통계가 허술하게 관리된 탓에 대표자 명의만 바꿔 별도로 등록하면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모두 수급받는 구조적 문제가 있어서다. 지자체별로 산재된 비영리 민간 단체의 현황부터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임 시장 재직 10년 동안 시민단체들에 지원된 세금이 1조 원에 달한다”며 “서울시 금고가 시민단체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서울시가 시민단체의 범위에 모든 시민사회 관련 사업을 다 포함하는 바람에 금액이 부풀려졌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유사·중복 기능을 내세운 시민단체에 적잖은 금액이 부정하게 지원됐다는 판단 아래 지난해 ‘서울시 행정사무 민간위탁 관리지침’을 개정하는 등 강도 높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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