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공격 본능’이 깨어났다. 국내 2개 대회 연속 출전으로 샷 감을 되찾은 최혜진(24·롯데)이 자신의 메인 스폰서 주최 대회에서 우승하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시즌을 앞두고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최혜진은 4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G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 오픈(총상금 8억 원)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4개를 묶어 1오버파 73타를 쳤다.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적어낸 최혜진은 2020년 11월 SK텔레콤·ADT캡스 챔피언십 이후 약 2년 7개월 만에 KLPGA 투어 통산 11승째를 올렸다. 우승 상금은 1억 4400만 원. 미국 진출 이후 만료됐던 KLPGA 투어 시드도 2025년까지 확보했다.
KLPGA 투어 통산 10승을 올린 뒤 지난해 LPGA 투어에 진출한 최혜진은 준우승 한 번과 3위 세 번으로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으나 올 시즌에는 8개 출전 대회에서 아직 톱 10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다. “안전하고 조심스럽게 경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성적에 집착하느라 너무 지키려고만 했다”고 돌아본 최혜진은 지난주 E1 채리티 오픈부터 조금씩 샷 감을 되찾았고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완벽히 부활했다.
3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최혜진은 첫 홀부터 세컨드 샷을 핀 2m 안쪽 거리에 붙여 버디를 잡았다. 3번 홀(파3) 티샷이 그린 왼쪽 벙커 부근 러프로 향해 타수를 잃었지만 전혀 위축되지 않은 채 드라이버 샷을 자신 있게 휘둘렀다. 5번 홀(파4) 버디 후 6번 홀(파5)에서 보기를 범해 타수를 유지한 최혜진은 9번 홀(파4)에서 약 7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전반을 언더파 스코어로 마쳤다.
2위권 선수들이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한 가운데 고비는 후반에 찾아왔다. 후반 11번(파4)과 13번 홀(파4)에서 티샷이 흔들리면서 1타씩 잃은 최혜진은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13번 홀에서 1타를 줄인 이소영(26)에게 2타 차 추격을 허용했다. 13번 홀까지 1타를 잃던 정윤지(23)도 14번 홀 버디로 최혜진과 격차를 2타 차로 좁혔다.
하지만 이후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은 최혜진은 남은 홀을 모두 파로 막아 2타 차 우승을 확정 지었다. 최혜진은 “지난주 대회에 출전해 어린 선수들과 플레이하면서 ‘나도 예전에는 저렇게 과감하게 자신 있게 쳤었지’라고 회상하게 됐고 이후 내 스윙을 과감하게 하려고 노력했다”며 “코스 안에서도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기보다는 확신을 갖고 샷을 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했다.
7일 미국으로 돌아가는 최혜진은 ‘메이저 전초전’인 마이어 클래식에 나간 뒤 22일부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과 US 여자오픈 등 2개 대회 연속 메이저 무대에 선다. 최혜진은 “미국에서도 과감한 플레이 방식으로 계속 도전하겠다”며 “2주 연속 열리는 메이저 대회를 대비해 컨디션 관리를 잘하겠다. 특히 US 여자오픈은 항상 좋은 기억이 많아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고 다짐했다.
이날 이븐파를 기록한 정윤지가 단독 2위(12언더파)에 올랐고 16번 홀(파4)에서 세컨드 샷이 페널티 구역으로 향하는 바람에 타수를 잃은 이소영이 김효주(28), 이소미(24), 김지우(20)와 함께 공동 3위(11언더파)에 자리했다. 아마추어 국가대표 상비군 양효진(16·제주 남녕고)은 공동 15위(6언더파)로 선전을 펼쳤다. ‘디펜딩 챔피언’ 성유진(23)도 15위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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