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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마누라 빼고 다 바꿔” 선언 30년, 지금이 경제 체질 바꿀 때다


30년 전인 1993년 6월 7일, 이건희 당시 삼성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수백 명의 삼성 임원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불호령을 내렸다. 이 회장은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불리는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이 뼈를 깎는 혁신을 거듭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됐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 복합 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를 살리려면 고(故) 이건희 전 회장의 비장한 혁신 경영 선언을 배워야 한다. 격화하는 신냉전과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 공급망 재편 등으로 글로벌 환경은 급격히 바뀌고 있다. 수출 위기 및 무역 적자 장기화와 기업 투자 위축, 기업·가계·국가 부채 확대 등으로 성장의 불씨는 꺼져가고 있다. 활력을 잃은 국내 경제와 경직된 노동시장, 모래주머니와 같은 규제 사슬 등이 버거운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달러화를 싸들고 해외로 나가기 바쁘다. 4일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제조 기업들의 해외투자 등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502억 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89억 5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이대로 가면 저성장 터널에 갇힌 우리 경제가 성장의 추동력을 잃고 영원한 ‘2류’에 머물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제계에서는 우리가 체질 개선을 미룬다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보다 더 심각한 침체의 늪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지 오래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지금이야말로 “다 바꾸라”는 이 전 회장의 외침을 되새겨 주요 기업뿐 아니라 경제 전반의 쇄신을 위한 구조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야 할 때다. 정부와 정치권·기업이 ‘원팀’이 돼 경제 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대대적 혁신에 나서야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수출 품목·시장을 다변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는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규제 혁파와 노동·교육·연금 등 구조 개혁에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고 창의적인 인재 양성을 위한 개혁을 서둘러 한국 경제의 성장 DNA를 되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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