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이민정책과 관련된 연구용역을 잇달아 발주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이민정책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법무부가 구체적인 정책 실현을 위해 다방면의 준비를 이어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극심한 저출산 상황에서 효과적인 이민자 유입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들의 다문화 포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날 ‘국민과 이민자의 상호문화 이해증진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및 전달체계 연구’를 발주했다. 조만간 사업자를 선정해 올해 12월 12일까지 연구를 마칠 예정이다. 용역 제안서에 따르면 법무부는 해당 연구를 통해 국민과 이민자 간의 상호 인식 수준을 파악함은 물론 이민자의 사회참여 현황 등을 알아볼 예정이다. 또 국민과 이민자 간 쌍방향 소통을 위한 이민자 참여형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러한 법무부의 시도는 단기적인 노동력 공급에만 초점을 맞춘 외국인 정책에서 벗어나겠다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의지와도 일치한다. 지난달 30일 한 장관은 “이민정책에 관해 여러 준비를 하고 있다”며 “숙련도를 갖춘 외국인이 장기간 (국내 경제에) 기여하면서 우리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소멸 상황에서 ‘적합한’ 이민자들을 ‘적절한’ 방식으로 포용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올 들어 이민정책 관련 연구용역 발주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 4월에는 ‘이민자 사회통합지수를 활용한 정책컨설팅 방안 연구’에 착수했다. 이민자들이 사회에 얼마나 통합됐는지를 지수화한 ‘이민자 사회통합지수’를 활용해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수행기관은 사단법인 한국행정학회로 올해 12월 8일까지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올 3월에는 이민자들을 위한 교재·교안 개발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이민정책 연구용역을 발주한 셈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각 용역마다 목표하는 바가 일부 다르긴 하겠지만 이민정책과 관련해 법무부가 최근 굉장히 중요하게 검토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법무부가 이민정책에 몰두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극심한 저출산에 따른 일손 부족 문제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과 유엔인구자료에 따르면 2050년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4577만 1000명으로 2020년에 비해 약 11.6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2050년 생산가능인구는 2398만 4000명으로 2022년 3675만 7000명에 비해 34.75% 급감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이민자 수용에 대한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는데 반해 국민들의 다문화 포용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도 법무부가 풀어내야 할 과제다. 실제 우리나라의 다문화수용성은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2년 51.17점(100점 만점)이었던 우리나라의 다문화수용성 점수는 2015년 53.95점으로 소폭 오른 뒤 2018년 52.81점, 2021년 52.27점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한편 국내에서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중 체류자격을 갖추지 못한 불법 체류자(미등록 외국인) 수는 올해 4월 말 41만 7852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민정책 컨트롤타워를 세우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프랑스·네덜란드·독일 등의 이민정책 부서와 핫라인을 개설하는 등 실무부서 간 원활한 의견 교환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김태환 한국이민정책학회 명예회장은 “현재 대한민국에 있는 이민자는 재외동포·이주노동자·여성결혼이민자·유학생·난민 등으로 분절화돼 정책이 집행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민자 집단이 점차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균형적인 정책 집행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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