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2월 7일 대구에서 실종된 여중생 김기민, 민경미양의 생존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22년째 미제로 남아있는 ‘대구 여중생 실종 사건’을 재조명했다. 매체는 친구들의 기억과 증언을 토대로 실종 당일 행적을 재구성하고 전문가 프로파일링 등을 통해 두 사람의 생존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했다.
당시 중학교 3학년생이었던 둘은 자정 무렵 갑자기 사라졌다. 22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두 사람의 행방도 생사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김양과 민양은 택시를 타고 대구 북부정류장에 내렸고 그곳에서 김양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다. 그 이후 이 둘을 봤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의 집에서 멀리 떨어진 북부정류장에 심야 버스는 없었다. 가족들은 “왜 터미널에서 내렸는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친구들도 ”갑자기 가출을 할 이유가 없다“며 실종에 의문을 품었다.
실종 당일 두 사람을 만났다는 제보자는 “아는 오빠가 카페까지 태우러 온다고 했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A양을 종종 차로 태워줬다는 오빠가 있었다고 했지만 그 남성의 얼굴과 차량 번호판을 기억하는 이는 없었다.
제작진은 이런 증언을 바탕으로 “오후 11시 이후 팔달시장의 PC방에서 경미와 기민이가 합류하고 두 사람이 북부터미널로 향했다. 만일 두 사람이 더 놀기 위해 북부터미널에 내린 거라면 그날 기민이를 데리러 왔던 의문의 남성과 같이 만난 건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당시 경찰은 이 사건을 단순 가출로 판단하고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실종 보름이 지났을 무렵 김양의 어머니에게 의문의 전화가 왔다. 수화기 속 김양이 다급하게 “엄마, 나 좀 살려줘! 지금 부산역에 있어”라고 말한 뒤 통화가 끊겼다고 한다. 어머니는 바로 부산역에 가봤지만 끝내 딸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실종된 뒤 3개월 뒤인 이듬해 3월에는 민양이 메신저에 접속해 친구에게 “무섭다. 나 좀 찾으러 와줘”라고 메시지를 남기고는 바로 대화방을 나갔다고 한다. 그것이 두 소녀의 마지막 연락이었다.
전문가들은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 동시에 사라졌고 직접 구조요청을 했던 점, 생활반응도 목격자도 없지만 아직까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두 사람이 살아있지만 돌아올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신박진영 전 대구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성매매 업소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너무 높아보인다”며 “다정한 오빠, 친구처럼 친밀감을 쌓고 신뢰를 얻은 다음 (업소로) 데려가서 바로 그 자리에서 넘겼다”라고 전형적인 피해 사례를 전했다.
이윤서 부산여성인권지원센터 소장은 “(성매매 피해 여성) 10명 중 3~4명은 ‘아는 오빠가 차를 가지고 와서 같이 놀다가 나를 데리고 갔고 어딘지 모르는 곳에 내렸더니 거기가 (성매매) 집결지였다’고 이야기 했다”며 피해 여성들 증언을 언급했다.
표창원 범죄심리분석가 또한 "학생 둘이 만약 살해당했다고 한다면 시신으로 발견될 가능성이 무척 높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런데 그런 정황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아서 어딘가에 아직은 살아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지 않은가 조심스럽게 추정된다"고 짚었다.
생존해 있다면 성인이 된 이들이 왜 돌아오지 못하고 있을까. 한 피해 여성에 따르면 “희망이 점점 없어지고 체념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한테 이야기하지 못한다. 내가 이런 생활을 한다는 게 가족들에게 상처를 줄까봐 그렇다”며 자신도 10여년 가족과 단절된 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한 유흥업소 관계자도 “미성년자들 중 자발적으로 업계에 발을 들이는 애들은 만 명 중 한 명도 없다. 사람 상대하는 것의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그래서 결국 멘탈이 다 나가서 정신병원에 가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인신매매 피해자들 중 정신적이나 신체적으로 문제가 생겨서 자구력을 잃고 정신병원이나 시설에 수용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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