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갤러리(울갤)에서 발생한 범죄 중 경찰 신고가 이뤄진 사건은 10%도 채 되지 않아요. 대다수는 갤러리 내에서만 공론화되고 끝납니다.”
최근 디지털 성범죄의 민낯을 보여준 ‘우울증 갤러리’ 사건을 취재하며 만난 제보자들의 일관된 증언이다. 피해자 대부분이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숨어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조차 발생한 범죄에 대해 파악하기 어렵다는 내용이다.
우울증 갤러리 사건이 보도된 후 정부 기관에서는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 조치와 대책 마련을 논의하고 있지만 실상은 처참하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센터와 사설 업체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만난 남성이 내 신체가 찍힌 영상·사진을 촬영한 것 같은데 인터넷상에 유포되고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홀로 고통을 감내하다 결국 생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청소년들도 적지 않다. 이 사건을 취재한 두 달간 10대 여학생 다섯 명이 추가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하지만 피해 청소년 대부분은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 부모에게 피해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경찰범죄수사규칙 제13조가 걸림돌이 됐다. 이 조항에 따르면 미성년자가 수사기관에 피해 사실을 신고할 경우 경찰은 청소년의 법정대리인에게 ‘무조건’ 연락해 수사 내용을 통보해야 한다.
수사 규칙에 적힌 내용과 달리 미성년자들은 성폭행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기를 극도로 꺼린다. 실제로 한 현직 경찰관은 “미성년 피해자들이 대부분 보호자에게 연락하는 것을 싫어한다. (수사를 위해) 부모님께 연락해야 한다고 얘기할 때 조사를 거부하겠다는 피해자가 거의 99%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상황이 이렇다면 경찰범죄수사규칙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 미성년자들이 부모 동의를 받지 않고도 적극적으로 수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청에서도 분기별로 위원회를 열어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는 하지만 1년째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 사이 우울증 갤러리에 상주하던 성인 남성들은 텔레그램으로, 트위터로 옮겨가 또 다른 10대 여학생을 물색하고 있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가 더 늘지 않게 하려면 이제라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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