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지난해 3월 대선을 앞두고 최근 10년래 가장 많이 휴직을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선관위의 전체 휴직자는 육아 휴직자 140명을 포함해 193명으로 2020년 휴직자(107명)의 두 배에 육박했다. 2022년 대선·지방선거 준비 및 관리에 따른 과중한 업무를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선관위가 휴직자 급증에 따른 인력 부족을 핑계로 전·현직 고위 간부의 자녀들을 정규 경력직으로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선관위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해 대선 당시 ‘소쿠리 투표’ 논란에 이어 채용 비리 의혹과 일부 간부들의 기강 해이까지 드러나면서 대대적인 쇄신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이는 헌법을 따르지 않는 선관위원장 선임 관행과 비상근 위원장 제도, 내부 통제·감시 수단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한 사무처 탓이 크다. 선관위는 헌법 제114조에 규정된 ‘선관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는 선출 방식을 무시하고 대법원장이 지명한 현직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는 관례를 이어왔다. 법관의 위원장 겸직으로 권력분립 원칙이 훼손된 데다 비상근 제도로 위원장이 사무처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굳어졌다.
위원장 선임 및 근무 방식부터 사무처 관리 시스템 등 선관위의 모든 것을 수술대에 올려야 하는 이유다. 그동안 사무처는 선거 관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명분으로 내세워 외부 감사를 배격하면서 통제 사각지대에 머물렀다. 감사 시스템 부재는 사무총장·차장 등의 증빙 서류 없는 업무 추진비 집행으로 이어져 선관위의 회계 투명성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선관위는 이 와중에 300억 원을 들여 ‘선거 박물관’ 건설을 추진 중이어서 퇴직 간부를 위한 일자리 만들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선관위는 박물관 건설 추진을 중단하고 조직 대수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선관위가 뼈를 깎는 아픔을 겪으면서 전면 쇄신을 한 뒤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선거를 관리해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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