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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로봇 지휘자 무대 선다

국악관현악단 '부재' 공연서

'에버6' 최수열과 동시 지휘

국내 최초 지휘에 나설 로봇 ‘에버6’ 사진 제공=국립극장




국내 최초로 로봇이 지휘에 나선다.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오는 30일 해오름극장에서 관현악 시리즈로 로봇이 지휘자로 나서는 공연 ‘부재(不在)’를 선보인다고 8일 밝혔다. 국내에서 로봇이 지휘자로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연에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안드로이드 로봇 ‘에버 6’가 지휘봉을 잡는다. 에버6는 인간 신체를 닮은 외형에 목이나 하박(팔꿈치부터 손목까지 부분) 구조 움직임에 특허가 있는 로봇으로 유연하고 정확하게 움직일 수 있다. 속도 변화가 많은 움직임까지 무리 없이 구사할 수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에버6에 가장 신경 쓴 점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박자 계산이다. 에버6의 학습을 위해 사람의 지휘봉 궤적을 ‘모션 캡처’(몸에 센서를 달아 인체 움직임을 디지털로 옮기는 것)하고 지휘봉의 운동 속도를 기록하며 그 속도를 로봇이 정확히 따라잡을 수 있도록 하는 기술 등을 적용했다.

이번 공연은 에버6와 지휘자 최수열이 각자의 강점을 발휘하는 무대를 각각 선보인 뒤 한 곡을 동시에 지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먼저 에버6가 지휘할 곡은 비얌바수렌 샤라브 작곡의 ‘깨어난 초원’과 만다흐빌레그 비르바 작곡의 ‘말발굽 소리’다. 두 곡 모두 몽골 대초원을 달리는 말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밝고 경쾌한 곡이다. 빠른 속도로 반복적인 움직임을 정확히 수행하는 로봇의 특징과 강점에 초점을 맞춘 선곡이다.

에버6와 최수열이 함께 지휘할 곡은 손일훈 작곡의 신작 ‘감’이다. 이 곡은 악보에 정해진 리듬과 선율이 없다. 연주자들이 게임하듯 즉흥적으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낸다. 최수열 지휘자가 표정, 몸짓, 뉘앙스 등 사람 고유 영역인 감(感)을 통해 음악을 이어 나가면 에버 6는 곡이 연주되는 동안 일정한 속도와 박자의 패턴 지휘를 돕는다. 연주의 우연성과 자유도가 높은 만큼 에버6가 음악을 이끌어가는 과정이 주목된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측은 “예술과 과학 기술의 결합이 열어줄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며 지휘자가 ‘부재(不在)’하는 무대를 통해 지휘자의 역할과 존재에 대해 역으로 질문하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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