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어요.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고 내년 파리 올림픽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그만둘 생각입니다.”
‘장애’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써왔던 조원상(31·수원시장애인체육회)이 10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패러게임(장애인아시안게임)과 내년 파리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라스트 댄스를 꿈꾼다.
‘장애인 수영계의 박태환’으로 불리는 조원상은 7일(현지 시간) 국제지적장애인스포츠연맹(Virtus·버투스) 글로벌 게임 비시 2023이 열리고 있는 프랑스 비시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내년 은퇴할 계획을 밝혔다. 그는 “이제 저도 나이를 많이 먹었다. 몸이 더 이상 안 따라준다”며 “사실 2021년 도쿄 패럴림픽을 끝으로 은퇴한다고 했는데 이후 항저우까지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항저우 대회와 파리 대회가 1년 새 열리기 때문에 이왕 하는 거 파리를 마지막 무대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조원상은 이날 열린 대회 수영 남자 접영 100m에서 58초 30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획득해 파리 패럴림픽 쿼터를 획득했다. 앞서 남자 접영 50m에서 동메달, 그리고 남자 혼계영 400m에서 고준호·이인국·이주영과 합작한 은메달에 이은 조원상의 이번 대회 세 번째 메달이다. 그는 “컨디션이 조금 더 괜찮았다면 기록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면서도 “패럴림픽 쿼터를 따는 게 목표였는데 결과적으로 쿼터를 획득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년 은퇴 계획을 밝힌 조원상은 10년 넘게 한국 장애인 수영계의 간판스타로 활약했다. 2012년 처음으로 출전한 런던 패럴림픽 남자 자유형 2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모두를 놀라게 했고 2년 전 도쿄 대회까지 3회 연속 패럴림픽 출전의 역사를 썼다. 2019년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이나스(INAS) 게임(버투스 게임의 이전 명칭) 수영 남자 혼계영 400m에서는 4분 11초 44의 세계신기록으로 한국에 금메달을 선사하는 데 앞장섰다.
오랜 시간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네 살 때 지적장애 판정을 받은 조원상은 소근육 발달 저하로 연필을 쥐는 데만 4년이 걸렸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수영을 시작하면서 그의 인생은 180도로 바뀌었다. 물을 무서워했기에 처음에는 선수가 되는 건 꿈도 꾸지 못했지만 꾸준히 노력한 끝에 물속에서도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조원상은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 저도 그렇지만 부모님의 노력이 더 컸다”며 “수영을 만나지 못했다면 국가대표가 되는 것은 물론 제가 이렇게 의사소통이 자연스럽게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지도자 세미나를 수료한 조원상은 은퇴 후 ‘좋은’ 지도자가 되기를 꿈꾼다. 그는 “테크니컬 코치가 되고 싶다. 선수들의 기술과 스타일을 보고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코치가 되는 게 꿈”이라며 “제가 많은 도움을 받은 SOK에서 일하면서 아이들을 위해 무료로 수영 수업을 해주는 것도 또 다른 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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