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공포가 수산 업계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아직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이지만 막연한 불안함을 느끼는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일부 횟집 매출은 벌써부터 반 토막이 났다. 원망의 시선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찬성하며 논란을 촉발시킨 정부에만 그치지 않았다. 일본의 오염수 방출 논란을 확대해 국내 수산물 전체에 과도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킨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언론에도 무너진 수산업 생태계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8일 서울경제신문이 찾은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내 상인들은 근심이 가득했다. 일본의 오염수 논란으로 최근 들어 매출이 눈에 띄게 급감해서다. 이달 6일 후쿠시마 원전 항만에서 잡힌 우럭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기준치의 180배나 검출된 것으로 확인된 이후 손님의 발길은 더욱 줄었다.
한 상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기점으로 최근 한두 달 내에 손님이 줄어든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섣불리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찬성하며 논란을 촉발시킨 정부에 대한 불만이었다. 시장 입점 점포 중 매출이 상위권에 든다는 한 상인도 “여름철이라 장사가 안 되는 게 아니다”며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도 매출이 반으로 줄어든 수준”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만큼 매출 하락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했다. 20년 가까이 활어회를 팔아왔다는 또 다른 50대 상인은 “10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을 때 그야말로 풍비박산이었다”며 “그때의 악몽이 재연될까 두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과학적 검증의 영역이어야 할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정치권이 감정의 영역으로 확대재생산하는 데 대한 불만도 거셌다. 이를 생방송식으로 보도하는 언론에 대한 불신도 커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는 상인도 상당수였다. 한 상인은 “후쿠시마 방류와 관련된 이야기가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곧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며 “방류가 시작된 것도 아닌데 벌써 불안감이 조성돼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답답할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을 찾은 손님들도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친구들과 회를 먹으러 시장에 왔다는 한마음(30) 씨는 “걱정이 많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예 안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도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이전에라도 미리 많이 먹어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왔다는 김민지(29) 씨는 “전문가들마다 오염수에 대한 말이 제각각 다르다”며 “도대체 뭐가 진실인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고조된 불안감에 소금 사재기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소금 3포대를 쟁여뒀다. 여유가 되면 (더) 사겠다” “지난달 초부터 도매업자들을 중심으로 소금을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는 등의 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실제로 정부가 발표한 천일염 산지 가격(20㎏ 기준)도 4월 첫 주 14119원에서 6월 첫 주 17807원으로 두 달 새 26.8%가 뛰었다. 해양수산부는 이달 6일 소금값 상승 이유가 날씨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일본의 오염수 방류 전 소금을 사겠다는 자영업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민들의 불안감 자체가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산 업계 종사자 사이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30년간 어패류를 판매한 상인 김 모(55) 씨는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 실제 오염 여부와 관계없이 손님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상인들의 생계는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얼굴을 붉혔다.
전문가들은 부정확한 정보가 확산되면서 불안감이 조성되는 상황을 특히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광우병 논란 당시에도 부정확한 정보로 공포감이 커졌다”면서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불안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자학 박사도 “현재는 후쿠시마 방류와 관련된 정보의 투명성이 결여돼 있는 상태”라며 “불안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정보의 비대칭 상황에서 가장 피해를 받고 있는 것은 소비자”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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