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해외 출장 때 주말에는 공무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심사 규정을 바꾼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의원들이 해외 출장을 길게 잡고 주말에는 현지 관광이 가능하도록 꼼수를 썼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지난달 22일 ‘서울특별시의회의원 공무국외활동에 관한 조례’와 ‘서울특별시의회 공무국외출장 조례’ 개정안을 공포·시행했다. 두 조례는 각각 시의원과 의회 공무원의 해외 출장 시 지켜야 할 규정들을 담고 있다. 두 개정안 모두 최호정 국민의힘 대표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공동 발의자는 모두 여당 소속이다.
조례들은 업무차 해외에 나갈 때 계획서를 작성하고 의장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장 산하 공무국외출장심사위원회가 출장의 목적, 방문 기관의 적합성, 출장 인원의 적격성, 출장 기간의 적합성 등을 심사한다.
시의회는 이번 개정에서 해외 출장 시 주말에도 의무적으로 최소 1개 이상 기관을 방문해야 한다는 심사 규정을 없앴다. 기존에는 출장 계획 심사 때 ‘1일 최소 1개 기관 이상 방문하는지’ 확인하도록 명시됐지만 개정 후에는 1일이 아닌 ‘평일’로 기준일이 바뀌었다.
발의자들은 개정 이유로 “공무국외출장 심사 기준 중 기본 계획의 적절성 및 타당성 항목을 명확화·현실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공휴일과 주말을 포함해 출장 계획을 짜도록 했는데 공공기관이 휴일에 운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계획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발의는 여당이 주도했지만 야당 의원들도 지난달 3일 본회의 표결 당시 거의 만장일치로 찬성표를 던졌다. ‘시의회의원 공무국외출장 조례안’은 재석 의원 100명 중 찬성 98명, 반대 0명, 기권 2명으로 통과됐고 ‘시의회 공무국외출장 조례안’ 역시 재석 의원 99명 중 찬성 97명, 반대 0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이를 두고 시의회가 외유성 출장 논란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썼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휴일로 인해 기관 방문이 어렵다면 목적에 부합하는 대체 일정을 잡거나 휴일이 포함되지 않게 출장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병수 시의회 운영위 전문위원은 개정안 심사 때 “일부 지방자치단체나 기관에서 관광·외유성 연수와 일탈 등으로 국외연수제도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며 “휴일일지라도 출장 목적을 수행할 수 있는 범위에서 계획을 세워 관광·외유성을 지양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춘 내실 있는 운영으로 공무국외출장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번 개정이 다른 기관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 공무원과 교육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서울특별시 공무국외출장 조례’와 ‘서울특별시교육감 소속 공무원의 공무국외여행 조례’는 여전히 1일 최소 1개 이상 기관을 방문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16개 광역 시·도 의회 역시 공무국외출장 심사 기준에서 모두 1일 최소 1개 이상 기관을 방문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시의원과 동행하는 공무원은 출장 심사에서 예외로 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시의회는 전날 이러한 내용이 담긴 시의회 공무국외활동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여(51명)·야(2명) 의원들은 개정 이유에 “수행 인력 동행은 필수적이지만 별도로 허가 과정이 이뤄지면서 중첩 심의로 인해 행정령 낭비가 야기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수행 인력 최소화를 위한 견제 장치가 사라지는 폐단이 발생한다.
양민규 전 서울시의원은 “시민들이 봤을 때 해외 출장을 비판적으로 보고 외유성에 초점이 맞춰지는 측면이 있다”며 “시의회가 출장 전 심의를 제대로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전에 방문 목적도 명확하게 정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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