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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븍스&]인간의 명품도 공작새의 꼬리도 '생존 게임템'

■살아 있는 것은 모두 게임을 한다(모시 호프먼·에레즈 요엘리 지음, 김영사 펴냄)

호감·번식 등 위한 전략적 선택

사소한 거짓말부터 국제분쟁까지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인간 행동

게임이론 통해 숨은 동기 파헤쳐





#. 구찌·루이비통 등 명품 구매를 위한 과소비, 사치 등은 일반적으로 실용성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는 사치품을 좋아하는데 이는 전략적인 선택에 따른 것이다. 형편에 비해 무리하거나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이런 사치품을 보유하고 과시하는 것이 개인의 생존과 번식에 더 유리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부유하고 또 능력 있다는 것을 주위에 알림으로써 호감을 얻기 위한 전략이다.

#. 이러한 전략적 선택은 인간 외 자연계에서도 발견된다. 수컷 공작새의 꼬리는 움직이는 것도 불편할 정도로 길고 화려하다. 암컷보다 수컷이 더 그렇다. 이는 수컷 공작새가 포식자에게 사냥 당할 리스크에 비해 암컷을 유혹해 번식할 수 있는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새로 번역 출간된 ‘살아있는 것은 모두 게임을 한다(원제 Hidden games)’는 인간을 포함돼 지구상 생물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게임을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모시 호프먼과 에레즈 요엘리는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을 설명하는데 얼마나 광범위하게 게임이론을 적용할 수 있는지 책에서 보여준다.

게임이론은 미국의 수학자이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존 내시(1928~2015)가 정립한 이론으로, 특정 환경에서 사람과 기업, 국가 등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학적 도구다.

저자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얼마나 광범위하게 게임이론을 적용할 수 있는 지 보여주는 야심 찬 대학 강의를 시작했고 이것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후 이번 책으로 정리했다. 저자는 “인간 행동이 보이는 양상을 게임이론 모형을 통해 검증하면 권리, 미학, 윤리학, 이타성, 왜곡 등 혼란스러운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해답을 발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득을 기대하지 않고 낯선 사람을 돕거나 돈벌이와 상관없는 열정을 보이는 이유, 스톡홀름 증후군이나 편향된 행동, 특정한 차별과 혐오에 빠지는 이유, 비싼 과시보다 소박한 겸손에 더 호감이 가는 이유 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내시균형, 값비싼 선호 효과, 처벌 게임, 최후통첩 게임, 죄수의 딜레마 등의 이름이 붙은 게임이론을 전개한다.

여기서 게임 이론은 우리를 비롯한 게임의 주체가 의식적이든 비의식적이든, 전략적으로 가장 최선의 선택지를 고른다고 전제한다. 사람들이 언뜻 겉보기에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지만 결국인 이것들도 전략적 비합리성이라는 것이 게임이론의 주제다. 독자들은 결국 상대방의 비합리적인 행동에서 합리적인 동기를 뽑아내야 할 이론적 토대를 이 책에서 구할 수 있는 셈이다.

한편 저자들은 개별적인 고전적 게임이론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게임 참가자들이 여럿이고 장기간 연속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기반으로 이론을 확장해 나간다. 실제 세상에서는 게임이 단판이 아니라 반복되며 ‘공정성’ ‘정의’라는 개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후 이어질 또 다른 게임에서 변화와 우위를 점하려는 동기에서 욕심과 함께 배려도 활용될 수 밖에 없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기존 게임이론에서 가장 유명한 사례 중에 하나인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보자. 참여자 두 명은 서로 협력할지 배신할지 동시에 선택해야 한다. 고전적인 게임이론에서 이 문제의 답은 둘 다 배신하는 것이다. 다만 실제로는 그렇게만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반복되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한다. 협력과 배신이라는 선택지가 계속해서 주어질 경우 늘 배신을 선택하는 것은 둘의 장기적인 관계를 망쳐버리고 만다. 배신은 상대방의 배신을 가져오고 협력은 상대방의 협력을 불러온다. 2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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