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에 의한 대만해협의 현상변경 반대 등 대만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가 미국 편에 서는 것은 맞아요. 그것이 국익입니다. 다만 너무 앞서서, 또는 혼자 나서 이를 주장할 필요는 없어요. 중국과의 관계도 있잖아요.”
‘대 전환기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의 저자 이강국 전 주시안총영사관 총영사는 지난 8일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해관계 요소가 됐고 한미동맹 등 미국과 협조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다만 미국 등 주변 국가와의 협력 없는 중국과의 명시적인 대립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중국의 사드 보복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이는 한미간 사전조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외교 난맥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총영사는 주중국대사관 서기관, 외교부 서남아태평양과장, 주말레이시아 공사참사관, 주상하이 부총영사, 주시안총영사 등을 지낸 ‘중국통’이다. 20년 이상 직업 외교관으로서 대중국 외교현장에 참여했음에도친중 성향이 아닌 오히려 중국과의 관계 재정립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이 흥미롭다.
이 전 총영사는 한중 갈등의 원인이 중국에 있다고 지적하며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추세가 이어졌지만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고 최근에는 더 그렇다. 이것이 한중 관계가 어려워진 근본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취임 직후 중국에 특사를 파견하지 않고 홀대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잘못”이라며 “어쩔 수 없지만 중국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나라 중에 하나”라고 설명했다. 중국 전문가를 양성하고 이를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 중국에 대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단계를 지나 가치 체계와 안보 이익의 상충이 본격적으로 표면화 되는 시기로 접어들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 관계 역시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일 간에 식민지 인식에 대해서는 서로 차이가 있는데 미래로 가려면 과거사에 너무 매몰되면 안된다”고 말했다. 또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 정권이 어떤 식으로든 변하거나 아니면 사라진 후에야 북핵 문제가 해소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한국과 국제사회가 북핵 압박 외교를 진행하면서 북한 체제 붕괴에 대비하는 ‘투 트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책은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돌아보면서 향후 외교 정책에 대해 조언하는 식으로 서술됐다. 북핵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억제 강화,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한 강제징용 문제해결, 시진핑 권력 강화와 중국 리스크, 인도·태평양 전략 실효성 제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주요 외교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외교부에 통상외교 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외교부가 통상외교에서 배제되자 재외공관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게 됐다”며 “통상교섭본부 등 통상조직을 한꺼번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최소한 지금 외교부에 ‘통상국’을 신설해 기능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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