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가 최근 메탄올을 연료로 하는 컨테이너 선박 19척을 국내 조선사에 발주했다. 지난 2년여 기간 내로라하는 글로벌 해운사들이 발주한 메탄올 선박은 4월 현재 115척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당량을 우리나라 조선사가 수주했다.
선박 추진을 위한 대체 연료로 비중이 가장 높던 액화천연가스(LNG)를 넘어서 메탄올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이 어느덧 친환경 선박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차세대 친환경 선박 추진 기술 개발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우리 조선 업계에 호재가 아닐 수 없다. 메탄올이 미래 연료로서 각광받는 것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 기술로서의 가능성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선박 배출 이산화탄소를 50% 줄이는 규제를 시행하고 있고 황산화물·질소산화물·매연의 규제도 강화해 선박용 중유를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먼저 천연가스가 대체 연료로 떠오른 데 이어 획기적인 이산화탄소 저감을 이루기 위해 메탄올이 추가로 부각됐다. 천연가스와 메탄올은 중유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20% 이상 줄이고 공해물을 거의 없앨 수 있는 친환경 성능을 갖고 있다. 특히 메탄올은 저장과 운송이 편리하고 시설 구축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122개의 항구가 이미 메탄올 공급 시설을 갖추고 있다.
현재의 메탄올은 청정하다고 보기 어려우나 식물 원료, 연소 배기물 혹은 대기 중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와 청정수소를 합성하면 순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탄소 중립 연료가 된다. 대부분 선박 추진에 수소·바이오연료·암모니아·메탄올·합성디젤 등을 탄소 중립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수소는 다루기 어렵고 암모니아는 독성이 강해 소비자가 직접 사용하면 위험하다. 발전소와 같이 잘 통제된 시설에서 암모니아 사용이 확대되고 있으나 정유사 셸이 선박용으로는 암모니아를 배제하기로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포집된 탄소를 청정수소와 합성하면 메탄올이나 가솔린·디젤·항공유 등 기존 액체연료와 성상이 같은 재생 합성연료를 만들 수 있다. 결국 메탄올이 상대적으로 다루기 쉬운 연료이며 지속 가능한 탄소 중립 에너지 자원이다.
수송 부문에서 배터리 전기 승용차가 탄소 중립 전환 기술의 선도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선박이나 비행기의 경우 배터리 기술로는 오랜 항해나 비행에 필요한 에너지밀도를 감당하기 어려워 탄소 중립 액체연료를 써야 한다. 유럽에서 메탄올의 장점을 살린 가솔린 대체 차량을 선보였는데 기존 엔진보다 압축비가 커서 이론 효율이 15% 이상 올랐다. 메탄올이 선박·항공뿐만 아니라 자동차에도 널리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서 만들어진 값싼 전기로부터 수소를 만들고 이로부터 액체 합성연료를 만들어 이송하는 것이다. 이때 암모니아와 메탄올은 수소보다 에너지밀도가 3~5배 높아 이송이 쉽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청정수소 생산 및 국제 공급망 구축과 더불어 메탄올과 같은 재생 합성연료 기술을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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