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을 하다 체포된 외국인 10명이 경찰 지구대 창문을 통해 집단 도주했다. 현장 경찰관들의 안일한 대응으로 초유의 집단 탈주극이 벌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40분께 광주 광산구 월곡지구대 회의실에서 베트남 국적 도박 피의자 10명이 창문을 통해 빠져 나갔다. 경찰은 이날 새벽 3시쯤 112 전화로 '외국인들이 모여 도박한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베트남인 23명을 주택가 현장에서 검거했다. 경찰은 체포와 연행 과정에서 이들이 큰 저항 없이 통제에 잘 따르자 수갑을 채우지 않았다.
경찰은 신원 확인 등 기초 조사를 위해 이들 모두 월곡지구대로 임의동행해 공간이 넓은 회의실에서 우선 대기시켰다. 이들을 감시하기 위한 경찰관은 따로 배치되지 않았다. 회의실은 피의자 관리 시설이 아닌 경찰 업무공간이기 때문에 감시용 폐쇄회로(CC)TV도 없었다.
하지만 감시가 허술한 데다 많은 인원 탓에 분위기까지 어수선 한 틈을 타 이들은 회의실 창문을 통해 한 사람씩 도주했다. 한 명이 창틈으로 머리와 몸을 빼내는 것을 시도해 성공하자 나머지 9명도 같은 방법으로 빠져나갔다. 경찰은 외국인 상당수가 도망친 후인 오전 6시 40분쯤에야 뒤늦게 상황을 인지했다.
이들은 바깥으로 밀면 약 15도 가량 밖으로 기울일 수 있는 ‘시스템창’을 통해 도주했는데, 창이 활짝 열리는 공간이 약 20㎝에 불과해 경찰도 도주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창에는 별도의 창살도 없었다. 달아난 10명은 불법체류자 6명과 합법체류자 4명이다. 이들은 범죄 혐의로 인한 강제 추방을 우려해 도망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형사 90명을 투입해 이들을 추적 중이며 현재까지 탈주 외국인 10명 가운데 5명의 신병을 확보했다. 폐쇄회로(CC)TV 분석과 주변인 탐문 등을 통해 광주 모처에서 도주한 1명을 검거했다. 전남 목포시와 전북 완주군까지 도주했던 외국인 2명은 자수 의사를 밝힌 뒤 경찰에 자진 출석했으며, 또 다른 2명도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를 스스로 찾아가 신고했다.
경찰은 가용 수사력을 총동원해 도주한 나머지 외국인 5명에 대한 추적을 이어가며 행방을 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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