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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반출' 트럼프에 37개 혐의 적용…美 대선 대혼란

美 연방검찰에 형사 기소

공화당 내 대응방향 놓고 분열

디샌티스·펜스 등 트럼프 옹호

강성 지지층 눈치보기 여론전

특검 “신속한 재판 추진” 약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에서 열린 공화당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차기 대권에 도전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가 기밀 문건 불법 반출을 비롯해 총 37개 혐의로 연방검찰에 형사 기소되며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공화당 내 유력 후보였던 그가 치명타를 맞자 당내에서도 옹호 대 비판 세력으로 여론이 갈라지는 등 역대급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기소 후 하루 만에 공개 석상에 등장해 기소에 대해 “터무니없고 근거가 없다”며 정치적 의도를 띤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조지아주 콜럼버스에서 열린 공화당 행사 연설에서 마녀사냥이 시작됐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를 강하게 비난하고 지지자들에게 거센 항의를 촉구했다. 대선 출마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이어졌다. 그는 이날 성명에서 “그들이 나를 아무리 잔인하게 공격해도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도 “절대 떠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9일에 연방검찰은 국방 관련 기밀 정보를 의도적으로 보유한 혐의 31건과 수사 대상 문건 은닉 및 허위 진술 등 사법 방해 관련 혐의 6건 등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적용했다. 이미 올해 3월에 ‘성관계 입막음’ 의혹으로 미국 전·현직 대통령을 통틀어 사상 처음으로 형사 기소된 그는 뉴욕 지방검찰에 이어 최초로 ‘연방검찰’에 의해 기소된 기록도 세우게 됐다. 공개된 49장짜리 기소장에 따르면 그는 재임 기간 수백 건의 기밀 문건을 담은 상자를 백악관에 보관했으며 임기를 마친 뒤 이를 허가 없이 자택으로 옮겨 무도회장·화장실·샤워실 등에 아무렇게나 보관했다. 또한 기밀 취급 인가가 없는 사람들에게 관련 내용을 유출하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은닉 사실을 숨기거나 문건의 일부분만 반환하는 등 방해 공작을 벌여왔다.

이에 공화당 내에서도 대응 방향을 놓고 분열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 다른 스캔들에 휘말렸을 때도 되레 지지층이 집결한 전례가 있는 만큼 경선 후보들은 대놓고 척을 지는 대신 기소 사태를 여론전에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등 당내 경쟁자 대부분이 법무부의 정치적 편향성을 비난하고 있다”며 공화당 유권자의 30%에 달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화당 경선 후보들이 일제히 바이든 행정부 공격에 초점을 맞춘 상황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에이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는 이날 “공화당은 트럼프를 옹호하면서 영혼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으며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크리스 수누누 뉴햄프셔 주지사 역시 “후보들이 트럼프를 거의 방어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의 77번째 생일 하루 전날인 13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연방법원에 첫 출두를 할 예정이다. 수사를 이끈 잭 스미스 특별검사는 이날 성명에서 “국방 정보를 보호하는 법은 미국의 안전과 안보에 매우 중요하며 무조건 집행해야 한다”며 정치적 편향성을 부인하고 “대중의 이익과 피고인에 대한 권리에 부합하도록 신속한 재판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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