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계가 ‘세로 스크롤’로 대표되는 K웹툰의 형식을 본따 미국 시장에 진출해 K웹툰과 정면 승부를 펼친다. 업계에서는 일본 만화가 이미 세계 시장의 주류인 만큼 상대하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과 함께 호혜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최대 출판사 중 하나인 코단샤(Kodansha)는 지난달부터 미국 현지에 ‘K망가(만화)’라는 이름의 플랫폼을 미국에 출시하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코단샤는 ‘진격의 거인’ ‘아키라’ ‘도쿄 리벤저스’ ‘공각기동대’ ‘일곱 개의 대죄’ 등으로 유명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만화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회사다.
플랫폼 ‘K망가’ 는 현재 70종의 연재작을 포함, 400여 종의 일본 만화를 서비스 중이다. 액션·스릴러·로맨스·판타지 등 장르도 다양하다. 이용자들은 일부 만화를 무료로 즐길수도 있다. 만화 뿐 아니라 라이브 드로잉 세션, 작가 인터뷰 세션 등도 서비스해 콘텐츠를 다양화할 예정이다. 번역도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진행한다. K망가는 미국 뿐 아니라 향후 타 국가에서도 서비스될 예정이다. 코단샤는 2015년 일본 내에서 만화 앱을 출시한 바 있고 일본 내 500만 명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보유 중이다.
코단샤의 미국 내 판매량은 지난해 2021년 대비 세 배나 늘었다. 코단샤는 이를 더욱 가속화하기 위해 디지털 플랫폼도 출시한 것이다. 버라이어티 등 외신에서는 “코단샤가 시장의 변화, 특히 K웹툰의 폭발적인 성공을 의식해 진화한 비즈니스 모델을 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K웹툰의 성장세가 둔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과 함께 K웹툰과 일본 만화는 경쟁 상대가 아니며, 오히려 상호 호혜적인 관계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상존하고 있다.
일본 만화는 아직 비주류 문화에 머무르고 있는 K웹툰에 비해 글로벌에서 큰 인기다. 넷플릭스 등에서도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큰 인기고, 헐리우드 영화들도 제작되고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일본 만화가 웹툰의 형식을 본따 서비스한다면 K웹툰의 고객층을 뺏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출시 초기인 만큼 더 지켜봐야 하지만 아직 반응은 크지 않다. 구글플레이 다운로드 수는 1만 회를 넘긴 수준이다. 애플 앱스토어의 평점은 1.2점에 불과하다. 특히 일본 만화 소비층은 책에 익숙한 만큼 디지털 플랫폼으로 넘어오려면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과금 시스템도 정립되지 않고 비싸 비판받고 있기도 하다.
반면 경쟁 상대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한 웹툰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만화는 K웹툰이 주류고, 일본이 한국에게 밀리고 있다”며 “서비스 이름까지 ‘K’를 붙인 것을 보면 오히려 코단샤가 웹툰의 낙수효과를 얻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 만화는 원래 책자형이라 억지로 세로 스크롤로 바꾸면 가독성이 떨어지게 된다”며 “아예 웹툰과는 다른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일본 만화가 모바일 환경 진입을 지향하면서 K웹툰을 따라 하고, 웹툰은 일본 만화의 높은 인지도 덕을 보게 되는 긍정적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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