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주 중 다수 부처의 차관급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는 내부 승진보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대통령실 비서관급 실무진의 이동 비중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의 여소야대 구도를 고려해 국정 철학을 이해하고 있는 인물을 각 부처에 차관으로 배치해 국정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 주 중 10명 안팎의 차관 인사가 발표될 예정이다. 대상 부서는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통일부 등이 거론된다. 국무조정실 역시 차관급 교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과 정부에 따르면 이미 인사혁신처는 10여 명의 차관들로부터 사표를 받아두고 후임자에 대한 막바지 인사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윤 대통령이 19개 부처 중 절반에 가까운 부서를 대상으로 고위급 인사를 준비하는 것은 집권 2년차를 맞아 개혁 과제에 속도를 내기 위한 분위기 다잡기로 해석된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 “탈원전 정책이나 이념적 환경 정책에 매몰돼 새로운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면 과감하게 인사 조치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그 직후 윤 대통령은 강경성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역시 지난해 10월 대통령실 보건복지비서관으로 근무하다 부처로 발령돼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장관 개각에 앞서 대규모 차관 인사를 먼저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통상 정부 출범 1년을 전후해 장관 개각을 단행한 뒤 이를 바탕으로 차관 인선을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었기 때문이다. 국회의 여소야대 구도 속에서 장관 인사청문회가 진행될 경우 국정 운영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이유로 거론된다.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갈수록 과열 양상을 띠는 탓에 마땅한 장관 후보자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이 때문에 차관 인사 뒤 국무위원 개편이 이어지더라도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총선 준비를 해야 하거나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부 장관 등 국회로 돌아가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치인 출신 장관 몇몇만 교체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차관 인사를 전후해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의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야권이 이 특보의 아들에 대한 학교폭력 의혹을 중심으로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피해자로 알려진 당사자가 언론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고 있어 ‘정순신 사태’와는 다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순신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의 첫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가 자녀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낙마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이 특보를 신임 방통위원장으로 임명할 경우 김명수 대법원장이 9일 지명한 권영준·서경환 대법관 후보자와 함께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