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죽음이 아닌 수많은 작가의 탄생이 이뤄질 것입니다. 다만 검증 없는 출판물들이 범람하며 기존 작가들의 창작의욕이 저하할 가능성은 있습니다.”(이시한 성신여대 교수)
“경제격차가 정보격차로, 또 다시 경제격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강양구 지식큐레이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12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 50주년홀에서 개최한 ‘챗GPT 시대의 출판 - 도전과 기회’ 세미나에서 출판 관련 인사들의 다양한 주장이 나왔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인공지능(AI), 특히 생성형 AI인 챗GPT가 출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출판의 미래, 기획·편집 그리고 작가의 창작이라는 다양한 관점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나누었다.
이날 ‘AI 언어 모델과 출판의 미래’를 주제 발표한 이시한 교수는 챗GPT가 불가피한 현실이라고 지적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가질 것을 당부했다. 그는 “챗GPT는 이미 우리 출판시장에 크게 들어왔다”면서 “챗GPT가 아니더라도 ‘좋은 책을 만들면 된다’는 식의 자기만족은 그만둬야 한다. 규제도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책에 대한 외연을 확장하거나 전환하고, 새로운 창작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강양구 지식큐레이터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인공지능 진화와 출판의 기획·편집’ 주제 발표에서 “챗GPT의 논리 시스템에 대해 신뢰가 부족하고 또한 막대한 전기를 사용하는 등 지속가능성도 낮다”면서 ‘챗GPT는 인공지능이라고 불러서는 안된다. 능동통계기계라고 해야 한다’는 테드 창의 질문을 전했다.
소설가인 남유하 작가는 ‘인공지능 글쓰기와 작가의 창작’ 발표에서 “우리는 호모 픽투스(이야기하는 사람)임을 자각하고 스스로 질문하고 상상하며 이야기를 만들려고 노력하자”고 언급했다. 그는 “AI는 작가들을 보완하고 협력할 수 있는 도구인 반면 독자들에게 평범한 지식만 찾도록 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주제발표 뒤 토론에서는 허희 문학평론가, 오영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신정아 한신대 강사가 참여했다. 허희 문학평론가는 “AI가 가진 편견과 기득권적 성격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쓰레기 정보에 대한 이성과 직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신정아 강사는 “AI를 소유한 플랫폼 기업이 창작자의 이익을 착취하면서 노동과정이 저평가될 수 있다”며 “창작자들의 저작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분명한 가이드라인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챗GPT 시대에 출판 부문별 직업에 대해 강양구 지식큐레이터는 “챗GPT 시대에도 편집자 업무는 더 중요하게 평가될 것”이라면서도 “번역가는 타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사진=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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