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천장보다 높은 천장 아래에서 일할 때 사람의 창의력이 올라간다.
#창 밖의 풍경에 따라 병원 입원 환자의 회복 속도에 차이가 생긴다.
#일조량에 따라 가족의 유대감이 달라진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은 모두 실제로 검증된 연구결과들이다. 이처럼 사람이 머무는 공간은 심리적으로 또 생리적으로 실체적 영향을 사람에게 미친다. 이러한 사례를 분석하고 연구해서 실제 공간의 설계나 건축에 반영하는 학문이 바로 신경건축학이다.
신경건축학에 대한 연구는 앞서 있어 왔지만 본격적인 학문으로 기틀을 잡은 것은 미국 건축가 화이트 로우가 2003년 미국건축가협회(AIA) 샌디애이고 분과에서 ‘건축을 위한 신경과학 아카데미’를 조직하면서 본격화 되었다.
출범한지는 20년이 넘었지만 오랜 건축 역사에서 보면 바로 엊그제나 마찬가지인 21세기에 본격화된 장르이다 보니 아직은 생소한 연구 주제이자 최신 트렌드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2011년에 KAIST의 정재승 교수가 ‘신경건축학 연구회’를 결성하면서 소개되기 시작했지만 아직 대중적인 인지는 낮은 편이다.
하지만 이미 병원이나 연구기관 등에서는 신경건축학을 적용한 사례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연세 세브란스 병원 소아, 여성 암센터 병동의 리모델링에 신경건축학이 적용되었고 대기업의 연구소 등에도 신경건축학을 활용한 설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마인드 브릭 디자인랩 (대표 조성행)’ 같이 신경건축학을 간판으로 내건 설계 사무소들도 등장하여 유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활용 또한 학교나 사무실 같은 공간으로는 점차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이 대부분의 일상을 보내는 주거공간에는 아직 신경건축학적인 접근이 드물게 이루어지고 있어 국내에서는 주거 공간에 적용한 사례가 희귀한 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삼성동에 들어서는 하이퍼엔드 주거 단지 ‘라브르 27’은 주목할 만 하다. 삼성동 옛 대웅제약 사택 부지에 연면적 2만 2,449㎡, 지하 5층~지상 7층, 2개 동 총 27세대 규모로 들어서는 ‘라브르 27’ (시공 현대건설)은 서울을 대표하는 최상위 주거단지로 뛰어난 설계와 파격적인 규모의 커뮤니티 등의 높은 상품성으로 돋보이는데, 이러한 최상위급 주거공간에 신경건축학이 본격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서울의 하이퍼 리치들이 주목하고 있다.
‘라브르 27’은 KAIST 뇌인지과학과 정재승 교수와 마인드브릭 디자인랩 조성행 대표로부터 설계 초기단계에서부터 계속 신경건축학 관점의 디자인 자문을 받으며 공간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다.
설계 초기 단계에서는 ‘집’이라는 공간의 본질(뇌의 휴식처, 항상성, 공감의 영역, 향수와 귀소)에 맞추어 공동주택의 럭셔리를 재정의하여, ① 안전(Security; 프라이버시, 안전, 건강, 장수, 휴식, 습관, 삶의 질), ② 성장(Growth; 취미·여가, 자아실현, 성숙, 자기개발), ③ 관계(Relationship; 나·가족·이웃·사회와의 관계, 소셜, 공감, 공생)라는 3개의 핵심가치를 정립하였고, 이러한 핵심가치를 구현하고자 총 8개의 디자인원칙과 21개의 가이드라인을 구축하여 디자인에 적용하였다.
이를 통해 ‘녹색 자연, 자연광, 물소리’ 등 자연환경을 세대 내에 도입하기 위해 가든동의 경우, 집마다 개인 욕조와 테라스정원을 연계하여 디자인하였고, ‘중간 강도의 운동 및 명상’이 단지 내에서 바로 가능하도록 지상과 지하를 연계하는 멀티 레벨의 산책 정원과 물과 돌을 모티브로 한 명상 조경 환경 역시 계획되었다.
또한 ‘위계 없는 품위’를 제공하고자 서로 떨어진 2개 동의 컨셉과 디자인을 독립적으로 구분하였다. 이 밖에도 단지의 공용공간을 ‘특별한 공동체’라는 인식을 부여하기 위한 건축적 요소들로 디자인하는 등 이를 통해 입주자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과 더불어 정서적 안정, 활기찬 생활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 집의 기능과 역할을 확장시키고 있다.
다양한 신경건축학적 요소들이 전체 디자인 컨셉에 디테일하게 녹여져 있는데, 일례로 층고의 경우, 2008년 조앤 메이어스 레비 미국 미네소타대 교수가 실험으로 증명한 3m 이상의 천장 높이에서 인간의 창의력이 일반적 높이(2.3m~2.6m) 대비 2배 이상 높아진다는 사례를 근거로 최적의 층고를 확보하였다. 이와 함께 2002년 <네이처>지에 발표된 프렉탈 구조의 심플한 정원이 사람의 심박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교토대학교의 연구를 반영, 조경 디자인에 적용하기도 하였다.
사는 이에게 정서적, 육체적으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건축적 노력이 현대 과학과 접목하여 차별화된 주거공간으로 거듭나게 되는 사례가 드디어 국내에도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건축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특별한 주거 공간을 찾는 하이퍼 엔드 소비자들에게도 크게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라브르 27’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선택이 신경건축학이 국내 주거 공간에까지 폭넓게 적용되는 기폭제 역할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순히 주거 시장의 측면을 넘어서 대한민국 건축의 흐름 상에서도 ‘라브르 27’은 기념비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많은 이들이 전망하면서 향후 시장 반응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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