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의 관심사 중 하나인 업종별 구분 적용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가 늘 찬반이 팽팽한 사안인데 위원들에게 구분 적용 분석 보고서가 너무 늦게 도착한 탓에 심의 시간이 부족한 탓이다. 게다가 이달 말까지인 법정 시한을 지키려는 최저임금위는 이르면 다음 주 구분 적용 여부를 결론지어야 최대 현안인 수준 심의에 돌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13일 최저임금위에 따르면 최저임금 위원들은 전일 고용노동부가 외부에 발주한 업종별 구분 적용 보고서를 받았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4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어제 최저임금 구분 적용 보고서를 받아 심도 있게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업종별 구분 적용을 위한 세세 분류는 작은 업종 단위 통계가 필요한데, 조사 자료가 미비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요구했던 업종별 통계 구축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답답해했다.
업종 구분은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1988년 첫해만 시행됐다. 시행 법적 근거도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됐다.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최저임금 취지에 어긋나고 적게 받는 업종의 낙인 효과가 우려된다는 노동계의 주장이 강해서다. 하지만 경영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업종 구분이 ‘고개’를 든 것은 전 정부에서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된 탓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임금 지불 능력이 현저하게 줄었다는 점도 업종 구분의 핵심 근거다.
노사의 이 같은 평행선은 이날도 반복됐다.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업종별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고 거론되는 음식점업은 임금 수준이 가장 낮다”며 “이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면 자영업자와 노동자의 빈곤을 악화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반면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협회 전무는 “경제협력개발기구 내 최저임금 시행국가 30국 가운데 19곳은 업종이나 지역·연령을 구분하고 있다”며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임금을 주면 남는 게 없다며 직원을 줄이거나 폐업을 걱정한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노사 입장이 이처럼 평행선인 상황에서 양측을 설득할 수 있는 구분 적용 자료가 미흡하고 이 자료마저 최임위 위원들에게 너무 늦게 도착했다는 점이다. 부족한 자료로 구분 적용을 결정할 경우 최임위 입장에서는 역풍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최임위는 15일 5차 전원회의를 연 뒤 이르면 다음 주 구분 적용을 결론짓겠다는 계획도 세웠다고 알려졌다. 방식은 표결이 유력하다. 지난해 최임위 심의도 노사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표결에 부쳐 구분 적용이 무산됐다.
이미 최임위 입장에서는 다음 주 구분 적용 심의를 마쳐야 한다는 압박감도 클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법정 시한이 이달 말인데 통상 회의는 1주에 1~2회씩 열리는 게 관례기 때문이다. 노사 최대 쟁점인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는 심의는 업종 구분보다 더 험로다. 근로자위원은 내년 최저임금이 최소 1만 2000원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용자위원은 동결을 요구할 게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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