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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 합격하니 '30 주겠다' 제안 쇄도"…'대입 경쟁률 조작' 브로커 의혹

■정시 모의지원 경쟁률 조작 시도

이용률 80% 진학사 합격 예측에

계정 매수로 경쟁률·합격컷 높여

경쟁 수험생들에 불안감 심어줘

매년 정시모집 때면 제보 쏟아져

감시 사각…적발 안된 사례 더 많아

"입시데이터 개방해 예측도 높여야"





“진학사 합격 예측(서비스에) 가입해서 성적표 인증 이후 제가 원하는 과(에) 모의 지원해주면 30(만 원) 드릴게요.”

대학 수시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돈을 줄 테니 입시 학원에서 제공하는 합격 예측 서비스에 모의 지원을 해달라는 사례가 등장해 가뜩이나 불안한 수험생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학원가에는 ‘학원 계정 100개만 있으면 소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진학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13일 학원가에 따르면 대입 정시 모집을 앞둔 매년 연말이면 수험생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설 학원들이 제공하는 모의 지원·합격 예측 서비스를 교란시키는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모의 지원 서비스는 수능 성적과 내신 등을 입력해 가상으로 대학에 정시 원서를 접수해볼 수 있는 서비스다. 최대 10만 원가량의 금액을 지불하면 다른 모의 지원자들의 성적과 전년도 데이터 등을 활용해 예상 경쟁률, 합격 가능성 등을 추정해 알려주는 ‘합격 예측’ 서비스도 제공한다.

문제는 소위 ‘표본 조작’이라고 불리는 허수 지원이다. 허수 지원을 시도하는 이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적게는 10만 원, 많게는 50만 원을 주고 수험생들의 학원 계정을 사들인 후 모의 지원 서비스에서 자신이 원하는 학과에 집중 지원한다. 허수 지원이 집중되면 해당 학과의 예상 경쟁률과 합격 커트라인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경쟁 상대인 수험생들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모의 지원과 합격 예측 서비스가 실제 경쟁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요 공략 대상은 정원이 적은 학과들이다. 허수 지원을 많이 동원하지 않아도 손쉽게 경쟁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원이 10명인 학과에 100개의 계정을 동원해 허수 지원을 하면 예상 경쟁률은 10 대 1까지 올라간다. 성공만 한다면 몇 천만 원에 대학 합격증을 사는 셈이다.

그동안 정황상 허수 지원을 통한 경쟁률 조작이 의심스럽다는 제보가 여러 경로를 통해 다수 등장하기는 했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해 ‘헛소문’ 또는 ‘괴담’으로 치부되고는 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입에서 유독 의혹이 많이 불거지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 통합 수능 여파 등으로 입시판이 혼란스러워지고 감독 당국의 감시도 소홀해지면서 경쟁률 조작이 기승을 부렸다는 게 입시 업계의 추측이다.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이용 수험생이 많은 진학사다. 진학사에 따르면 2023학년도 모의 지원 서비스 이용자는 13만 5000여 명에 달한다. 2022학년도 기준으로는 실제 정시 지원자 10명 중 8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추산된다. 표본이 많은 만큼 적중률도 80%를 웃돌 정도로 높다. 게다가 진학사가 이 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20년 전이다.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와 신뢰도가 쌓였다는 의미다. 이처럼 영향력이 크다 보니 진학사 모의 지원 활용법을 가르치는 별도 컨설팅 업체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한 입시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진학사 서비스를 기반으로 정시 상담을 하지 않는 학교 교사와 학원 강사는 학부모의 무시를 받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의혹이 쏟아지자 진학사도 지난해 12월 말 주요 수험생 커뮤니티에 “수시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수능 성적표 인증 및 진학사 합격 예측 서비스에 모의 지원을 도와달라는 등의 쪽지나 메시지를 받았다는 글들이 올라오거나 여러 가지 방식으로 허위 표본을 만들기 위한 조작들이 행해지고 있다는 얘기들이 일부에서 있었다”며 “부정한 거래를 요구하고 허위 표본 조작 등을 시도하는 해당 건에 대해 법률대리인을 통해 조치를 취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매수를 시도한 수험생 1명도 적발했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파악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진학사가 공식적으로 파악한 사례는 1건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조작이 상당할 것이라는 게 입시 업계 종사자들의 중론이다. 실제 입시 커뮤니티 등에는 “거래 제안을 받았다”는 인증글이 다수 올라왔고 “수년 전 허수 지원을 통한 경쟁률 조작으로 SKY대의 특정 학과에 소위 ‘펑크(경쟁률 미달)’가 났고 이 덕에 합격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 수험생은 “수시에 합격하고 나니 쪽지나 메신저를 통해 여기저기에서 거래 제안 메시지가 쏟아졌다”고 전했고 다른 수험생도 “지난해 수시에 합격한 친구가 특정인에게 돈을 받고 계정을 빌려준 후 추후 확인해보니 SKY대 중 한 곳을 포함해 서울 주요대 3곳에 지원했다”고 폭로했다.

학생 개인이 아니라 진학사 서비스를 잘 알고 있는 입시 업계 종사자나 브로커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입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시스템 허점을 전문적으로 노린 행위”라며 “입시 준비하기도 바쁜 학생이 혼자 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진학사도 대책을 마련했다. 허수 제거를 위해 9단계의 시스템을 진행하고 수능 성적표 인증을 강화했다. 그럼에도 수험생 본인이 수시 합격 여부를 숨길 경우 찾아내기 힘든 것 역시 사실이다.

교육계에서는 조작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실제 정시 지원에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 소속 장지환 배재고 교사는 “허수 지원은 그동안 교육계에서 알게 모르게 많은 지적이 나왔던 문제”라며 “공교육에 입시 관련 데이터를 더 개방해 다방면으로 예측도를 높이는 것도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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