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사랑받아 왔던 TV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정형화된 레거시 예능 대신 자연스러운 콘셉트의 유튜브 예능이 인기지만 레거시 미디어의 변화는 요원해 보인다.
MBC의 주말 대표 예능 ‘놀면 뭐하니?’는 부진에 빠져 PD와 출연진 교체라는 초강수를 뒀다. 박창훈 PD와 신봉선·정준하가 하차하고 김진용·장우성 PD가 연출을 새로 맡는다. 2주 간 휴식기를 가진 뒤 다음 달부터 다시 방영될 예정이다. 지난 3일 방송의 시청률은 3%에 불과하다.
신규 예능들 또한 부진하다. SBS ‘강심장리그’는 지난달 23일부터 방영 중이지만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원년 출연진인 강호동·이승기 조합에 트렌드와 관련된 토크를 버무렸지만 6일자 시청률은 2.2%에 지나지 않는다. 2월부터 방영하고 있는 비슷한 포맷의 토크쇼인 MBC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도 최고 시청률이 2.3%에 그쳤다. 인기 연애 예능 ‘하트시그널’의 최신 시즌인 채널A ‘하트시그널4’도 예전같지 않다. 지상파 예능 중 5%를 넘는 것은 10편 내외에 불과하고, 10%를 넘는 것은 SBS ‘미운 우리 새끼’ 뿐이다.
이는 곧 수익 하락과 직결된다. SBS의 1분기 방송광고수익은 719억 원인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13억 원이나 줄어든 것이다. 분기 기준 10년 내 최소 광고수익 기록으로, 예능 부진의 여파가 크다고 볼 수 있다. SBS는 경쟁력 제고를 위해 10일 예능 스튜디오 출범을 결정했고, 예능본부는 2020년 스튜디오S의 사례처럼 분사되게 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예능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넷플릭스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사이렌: 불의 섬’은 유사한 포맷으로 평가받는 ‘피지컬: 100’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생방송되고 티빙에서 서비스 중인 유재석 출연의 ‘플레이유 레벨업’ 또한 티빙의 인기 순위에 들지 못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의 ‘더 존: 버텨야 산다’의 시즌2가 14일 공개되지만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예능 프로그램의 빈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은 유튜브다. 특히 유튜브에서는 자연스러운 콘셉트의 토크 예능이 히트하고 있다. TV에서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유재석이지만 유튜브에서는 다르다. ‘뜬뜬’ 채널에서 공개되고 있는 ‘핑계고’에서는 조세호·지석진 등과 함께 편한 토크를 선보이고 있는데, 콘텐츠 평균 조회수가 300만 회에 달한다. 이영지가 스타를 불러 토크와 음주를 진행하는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은 1000만 조회수를 넘어가는 것이 부지기수다. 레거시 예능의 대표 제작자인 나영석 PD도 최근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제작진과의 토크쇼를 진행했고, 오프라인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을 소재로 한 신규 예능 ‘나영석의 나불나불’을 선보이고 있다.
레거시 예능이 주춤한 이유에 대해 시청자들은 “작위적인 설정과 편집”이라고 이야기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튜브처럼 자연스러운 콘셉트를 레거시 미디어에서 선보이기란 쉽지 않다”며 “다수로 구성된 인력 구조와 의사결정 구조, 여러 계층을 타깃으로 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정형화된 포맷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레거시 예능의 변화가 쉽지는 않겠지만 변화하지 않는다면 결국 시장과 수익은 작아지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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