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급진적으로 추진한 신재생 에너지 정책에 편승해 비리를 저지른 공직자, 민간 업체 관계자 등 38명이 감사원에 의해 무더기로 적발됐다. 현직 군산시장, 산업통상자원부 전직 공직자, 국립대 교수, 관련 사업체 등이 대거 수사 대상에 올랐다. 탈원전 정책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신재생 에너지 속도전에 짬짜미 비리, 특혜 거래 등을 솎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감사원은 13일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 민간업체에 인허가 및 계약상의 특혜 등을 제공한 전·현직 공직자 13명을 직권남용, 보조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비리에 동참한 민간업체 관계자 25명도 수사 참고대상으로 송부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해당 감사를 벌여왔다.
에너지 정책을 소관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직 과장들이 결탁해 특정 태양광 사업체의 편의를 봐주고, 퇴직해 해당 업체에 재취업한 사실이 적발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모 태양광 개발 기업은 민간 주도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단지로 추진된 충남 태안군 안면도 태양광발전소 허가 과정에서 ‘목장용지’로 돼 있는 사업 부지의 토지용도를 변경해야 했다. 하지만 태안군에서 관련 허가가 나지 않았고, 중앙 부처인 산자부에 유권해석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해당 업체는 안면이 있던 산자부 과장 A씨를 통해 담당 과장인 B씨를 소개받아 ‘용지 전용이 가능한 시설인 것으로 판단해달라’고 청탁했다. A와 B씨는 행정고시 동기사이였다.
이에 B과장은 부하 사무관에게 ‘산지관리법에 따르면 태양광발전 시설이 용지 전용이 가능한 중요 산업시설에 해당한다’는 부당한 유권해석을 지시했다.
이후 A과장은 해당 업체의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B과장은 협력 업체의 전무로 재취업했다. 두 사람은 같은 날 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초지에서 잡종지로 용도가 변경돼 공시지가는 100억 원 이상 올랐다”며 “업체는 원상복구 비용 7억 8000만 원을 아끼고, 빠른 심의로 허가가 늦어질 경우 발생하는 1년 단위로 발생하는 지연이자 45억 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강임준 군산시장이 1000억 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인에게 특혜를 줬다고도 판단했다. 2020년 10월 군산시가 99㎿ 규모 태양광 사업의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때 강 시장이 고교 동문이 대표이사로 있는 한 태양광 업체가 계약조건 미달 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한 채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강 시장의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는 신용등급이 A-이하로 연대보증이 필요했지만, 해당 업체는 연대보증 조건을 갖추려는 의지가 없었다. 이에 기존 사업자금 조달 금융사는 연대보증 없이 계약할 수 없다고 통보했고, 결국 군산시는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최소 연 1.8%포인트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한 다른 금융사와 자금 조달 약정을 다시 체결했다. 감사원은 이로 인해 향후 15년간 110억 원의 이자 손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외 허위 기술평가서를 제출해 국고보조금을 받은 업체, 이행 의사가 없는 계획으로 사업권을 편법 취득한 후 매각한 국립대 교수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지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감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현재 감사원은 태양광 사업과 밀접한 8개 공공기관의 임직원 250여 명이 자신 또는 가족 이름으로 태양광 사업을 하는 사례를 확인해 검토하고 있다. 감사원은 “정부의 관리 소홀을 틈타 우대 혜택을 노린 일부 사업자들의 위법·부당 사례 등에 대해선 감사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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