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보더라도 참아" 천사같던 아버지, 100여 명에 인체조직 기증

2018년 장기기증 희망 등록

충북대병원에서 인체조직기증

기증자 박수남님의 생전 모습. 사진 제공=한국장기조직기증원

삶의 끝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베풀고 가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했던 80대 가장이 인체조직기증으로 100여 명의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14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충북대병원에서 박수남 씨(80)가 100여 명에게 인체조직을 기증했다.



박 씨는 지난달 25일 집 뒤뜰에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즉각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지만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고인은 평소 삶의 끝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베풀고 가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2018년에는 장기기증 희망을 등록했다. 가족들 역시 늘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을 좋아하던 고인의 뜻을 따르길 원했고, 어린 손자들에게 존경스러운 분으로 기억될 수 있길 바라며 기증 결심을 했다고 한다.

충북 음성에서 삼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박 씨는 자상하고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었다. 젊은 시절 가족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을 했으면서도 ‘자녀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마음의 짐’이라며 가족을 따뜻하게 대했다고 한다.

고인의 아들 박종화 씨는 “어릴 적 저희에게 손해 보더라도 참으라고 하시고 본인도 남들에게 쓴 소리 한 번을 안 하는 모습이 밉기도 했다”며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자식들이 혹여나 다칠까 걱정스러운 마음이었다는 것을 알고 나니 더 죄송스럽다”고 했다. 이어 “세상에 천사가 있다면 아버지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착하기만 했던 아버지”라며 “하늘나라에서는 마음 편히 잘 지내시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