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시설에서 거주하는 노인 환자의 만족도, 삶의 질을 높이려면 1~2인실과 독립된 생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사업성에 막혀 실제 적용까지는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에서 사업성을 보완할 수 있는 용적률 혜택을 제공한다면 이러한 건축적인 시도가 현장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KB골든라이프케어 서초빌리지의 설계를 맡은 이정승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상무는 노인요양시설의 양적·질적 개선을 위해서는 민간과 공공의 역할 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간은 더 나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요양시설의 건축 방법을 고민하고, 공공은 민간이 이를 실현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상무는 “서초빌리지의 경우 기존에 4인실 위주의 기존 요양시설과 달리 1~2인실로만 구성해 입주자의 개인 공간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면서 지역민을 위한 공유 공간까지 제공하는데, 이는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며 “제도적 근거에 따라 용적률 혜택을 부여해 사업성을 보완할 수 있다면 서비스 질이 더 좋아질 뿐만 아니라 입주자의 부담까지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요양시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강조한 배경에는 수요 대비 저조한 공급에 있다. 2019년과 2021년 각각 개소한 서울 송파구 위례동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빌리지와 서초구 우면동 서초빌리지의 입주자 정원은 총 200명 안팎인데, 현재 입주 대기를 걸어놓은 신청자만 3000명에 달한다. 2025년 전체 인구의 5명 중 1명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요양시설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늘고 있지만 이를 소화할 수 있는 공급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최근 들어 요양시설과 같은 실버산업에 대한 국내 기업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 상무는 “노인시설에 대한 잠재적인 가치를 인지한 대기업과 시공사·디벨로퍼들이 증가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며 “노인을 돌보고 치료해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남은 삶을 적극적이고 즐겁게 보내는 능동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등 변화가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양시설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테면 요양시설의 일부를 돌봄 서비스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활용하거나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을 적용하는 테스트베드로 구축할 수 있다. 현재 간삼건축은 위례·서초빌리지에 이어 서울 은평구 은평빌리지와 경기 수원시 광교빌리지 프로젝트도 맡았는데 현재 설계 중인 은평빌리지에 이 같은 공간을 담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상무는 “기존에는 노화와 죽음을 터부시하며 마지막 삶을 잘 정리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며 “KB골든라이프케어 프로젝트에서 담아낸 건축적 시도들이 노인의 삶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서비스로 이어지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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