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기 때 자식을 버리고 재혼한 후 한 번도 연락이 없다가 자식이 죽자 보상금을 타려고 54년 만에 나타난 사람을 어머니라고 할 수 있습니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공전 중인 이른바 ‘구하라법’을 빨리 통과시키라는 외침이 국회에 울렸다. 2년여 전 거제 앞바다에서 어선을 타다 실종된 김종안씨의 친누나 김종선씨(61)는 14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육 의무를 안 지킨 부모의 재산 상속을 금지하는 구하라법을 입법해 달라고 촉구했다.
2021년 1월 23일 당시 56세였던 김종안씨는 대양호 127호 선박에 승선 중 폭풍우를 만나 세상을 떠났다. 그의 앞으로 사망 보험금 2억5000만원과 선박회사의 합의금 5000만원 등 3억원가량의 보상금이 나왔다. 행정기관을 통해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나타난 그의 80대 생모는 현재 민법의 상속 규정에 따라 보상금을 모두 가져가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종선씨는 "생모는 동생이 2살 무렵 떠난 후 한 번도 우리 3남매를 찾아오지 않았고 따뜻한 밥 한 그릇도 해준 적 없다. 그를 엄마라고 불러보지도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생모는 친오빠가 1999년 41살 나이에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을 때도 경찰서를 통해 연락이 갔지만 오지 않았다. 정말 본인의 자식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거다. 그런데 이제 막냇동생이 죽자 갑자기 나타나 거액의 재산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 생모는 동생의 통장에 있던 1억원의 현금과 동생이 살던 집도 모두 자신의 소유로 돌려놓았다"고 주장했다.
생모는 현재 그의 재산 상속을 반대하는 김종안씨의 유족들과 소송을 벌여 지난 해 12월 부산지방법원의 1심에서 승소했다.
“동생에게 빚만 있었다면 생모 안 찾아 왔을 것” 분노
김종선씨는 "죽은 동생에게 6년간 함께 살았던 배우자 김모씨가 있음에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동생의 배우자가 사실혼 관계였음을 입증하는 증거들은 많이 있지만 법원에서 인정해주지 않았다. 부산지법의 판결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죽은 동생의 법적 권리자는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와 우리 3남매를 키워준 고모 김옥씨, 친할머니다. 생모에게 버림받은 우리 3남매는 주린 배를 움켜잡으며 어렵게 살았지만 할머니와 고모가 사랑으로 보살펴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생모는 우리 동생이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죽을 때까지 우리를 보러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동생에게 빚만 있다면 과연 왔을까 싶다. 이 생모는 엄마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다"라며 분개했다.
2021년부터 상정된 구하라법, 여야 정쟁 밀려 계류
한편 '구하라법'은 이미 여러 건이 국회에 올라와 있으나 여야의 정쟁에 밀려 논의도 안 되고 계속 계류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세월호, 천안함 등의 사고 이후 2021년 관련 법안을 내놓았고 법무부도 작년 6월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 민법 개정안은 가수 고(故) 구하라씨 오빠 구호인씨가 '어린 구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구씨 사망 이후 상속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려 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입법을 청원해 '구하라법'으로 불리고 있다.
서 의원과 법무부가 제출한 법안은 기본 취지가 비슷하지만 시행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서 의원의 법안은 민법의 상속 결격 사유에 부모가 부양·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를 추가했다. 법무부는 친부모의 상속 자격을 인정하는 전제 아래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친부모에게는 유산이 가지 않도록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서 의원은 "민법에 부모는 미성년 자녀를 부양·양육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자녀 양육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자녀 사망으로 인한 재산적 이득을 얻는 것은 보편적 정의와 인륜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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