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승희(부산 중·영도) 국민의힘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돈을 건넨 사람들의 이름을 적은 것으로 보이는 명부를 입수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15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경찰은 황보 의원의 전 남편 A씨를 중요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A씨는 경찰에 선거 당시 황보 의원에게 돈을 건넨 이들 이름과 금액을 기록해둔 것으로 보이는 명부를 찍은 사진을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부 사진에는 지역 정치인 등 60여명의 이름이 있고, 그 옆에는 '70,000' '5000' 등 숫자가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황보 의원이 국회에 입성한 2020년 총선 때까지 두 사람은 부부 관계를 유지했지만 2021년 8월 이혼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선거가 끝나고 보니 집에 현금과 명부가 있어 사진을 찍어뒀다”며 “원본은 본인(황보 의원)이 파기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명부에 적힌 사람의 돈을 선거 수행원으로부터 받아 황보 의원에게 전달하거나 ATM을 통해 황보 의원 계좌에 입금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황보 의원 관련 불법 정치자금 의혹 수사는 지난해 4월 부산의 한 시민단체가 부산경찰청에 고발장을 내며 촉발됐다. 시민단체는 2020년 21대 총선과 2022년 8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황보 의원이 지역구 구·시의원 공천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후원회 등 정치자금법이 규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아 위법이라는 의혹이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황보 의원이 2020년 21대 총선과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구의원과 시의원 공천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황보 의원이 부동산 개발업체 회장 B씨로부터 현금 수천만원과 아파트·차량을 받았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최근 B씨의 법인 계좌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B씨는 지역 정치권에 폭넓은 인맥을 갖춘 자산가이자 정계 진출을 노리는 인물로 알려졌다. 따라서 그의 법인 계좌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되면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본류는 어디까지나 황보 의원과 관련된 내용이다.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계좌 명세 등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는지 폭넓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중앙일보를 통해 밝혔다. 이어 “아직 수사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다. 송치 여부 등을 논의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황보 의원의 동거남인 부동산 사업자 C씨가 의원실 관용차와 보좌진, 사무실 경비 등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15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C씨는 2020년 4월 황보 의원이 총선에서 당선된 이후 함께 관용차를 타고 의원회관 사무관을 드나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C씨는 황보 의원의 의원실을 마치 개인 사무실처럼 썼다고도 한다. 매체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부산 지역위원장 출신인 C씨는 2021년 국민의힘에 입당한 후 내년 총선 출마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사업체가 있는 부산과 서울을 오갈 때 국회 사무처에서 지원되는 의원실 운영비로 KTX를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황보 의원이 "회장님을 모셔라"라고 지시했다고 전해졌다.
덧붙여 C씨는 주말에 사적인 용도로 의원실 관용차와 수행비서를 개인 운전사처럼 부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달에도 C씨는 의원실 수행비서가 운전하는 관용차를 타고 개인 행사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C씨의 개인 해외 업무를 위해 의원실 보좌진이 수행하며 통역을 해준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황보 의원을 내세워 여권 실세로 꼽히는 D의원 등 여당 현역 의원들과도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과의 술자리 비용을 C씨가 대신 지불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도 황보 의원이 C씨에게서 받은 신용카드로 국민의힘 의원들과 식사 자리 등에서 사용한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은 “C씨가 국회 안팎에서 황보 의원과 함께 다니는 걸 자주 봤다”고 매체에 전했다.
이에 대해 C씨는 매체를 통해 "택시와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집에 있다가 노선이 같을 경우 황보 의원과 함께 관용차를 타긴 했지만 혼자 탄 적은 없다"며 "KTX를 의원실 공금으로 이용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D의원과는 개인적으로 친해 간혹 술을 마신 것은 맞지만 술값을 계산한 적은 없다”면서도 “황보 의원과 사실혼 관계에서 주고받은 게 정치자금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황보 의원의 전 남편 A씨는 C씨에 관해 “2020년 총선 전부터 두 사람이 불륜 관계였다”며 문제를 제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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