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식량 부족 문제가 1990년대 이후 최악일 정도로 심하다는 비밀 인터뷰 내용이 공개됐다.
15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 NK의 도움을 받아 국경지대에 거주하는 세 명의 북한 주민들을 비밀리에 인터뷰했다. BBC는 이들의 안전을 위해 실명과 인적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나오는 이름들은 모두 가명이다.
“마을에 굶어죽은 사람 벌써 5명…스스로 목숨끊거나 산으로 숨기도”
평양에 사는 지연은 가족 중 세 명이 굶어죽은 집이 있다고 말했다. 지연은 “물을 주려고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며 “이후 당국이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들이 죽은 것을 알았다”고 했다.
중국 국경지대에 거주하는 건설 노동자 찬호씨는 식량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마을에서 이미 5명이 굶어죽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때는 감염으로 죽는 것을 걱정했지만 그 이후에는 굶어죽는 것을 더 걱정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2600만 인구에게 충분한 식량을 생산해 본 적이 없다. 2020년 1월에 국경을 봉쇄했을 때 식량 재배에 필요한 비료와 기계뿐만 아니라 중국으로부터의 곡물 수입도 중단했다.
이후 북한은 그들의 국경을 강화하며 군인들에게 국경을 건너려는 사람은 사살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에서 밀수품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장마당에서 중국 밀수품을 파는 상인 명숙씨는 “제품의 4분의 3이 중국 물품들이었는데 더 이상 구하기가 어려워 현재는 팔 수 있는 물건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수입이 거의 없는 상태이며 그의 가족들도 굶고 있다고 했다. 최근 사람들이 너무 배가 고파 음식을 요구하기 위해 그녀의 문을 두드린 적도 있었다고.
평양의 지연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더 이상 먹고살 수 없어서 산으로 숨어들어 죽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그 역시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한 번은 이틀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 자다 죽을 뻔 했다고 말했다.
북한, 1990년 후반 300만 명 죽었던 기근과 현재 상황 비슷하다
1990년대 후반 북한은 극심한 기근으로 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다. 최근 북한에는 국가가 이와 비슷한 또 다른 재앙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다.
북한의 경제학자 피터 워드는 “평범한 중산층 이웃이 굶어죽는 것은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말하며 “아직 사회가 전체적으로 붕괴되거나 대규모 아사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좋지 않아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인권 침해를 기록하는 NKDB의 송한나씨도 “지난 10∼15년간 아사 사례는 거의 못 들어봤다. 북한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를 떠올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BBC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식량위기'를 노골적으로 언급하며 각종 농업생산을 늘리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시사한 바 있다”고 말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2022년에 기록적인 63발의 탄도 미사일을 시험하는 핵무기 프로그램 자금 조달을 우선시했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새로운 법, 통제와 감시 심해져
세 명의 북한 주민들은 북한 정부가 새로운 법률을 통과시킴으로써 사람들의 삶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3년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설명했다.
건설노동자 찬호씨는 “최근 친구의 아들이 몇차례 비공개 처형을 목격했다”며 “탈북을 시도하다 3-4명의 사람들이 죽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매일 살기가 더 여려워지고 한 번만 잘 못해도 사형”이라면서 “우리는 여기 갇혀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상인 명숙씨도 탈출은 불가능하다고했다. 그는 “지금은 강 근처에 접근하기만해도 가혹한 형벌을 받기 때문에 거의 아무도 건널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고 했다.
평양의 지연씨는 “감시와 단속이 너무 무자비해서 사람들이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12월에 통과된 새로운 법률에 따라 심문을 받기 위해 체포되기도했다.
북한은 외국 영화, TV 프로그램 및 노래를 공유하고 소비하는 것을 금지한다. 외국 정보 근절을 목적으로 하는 이 반동적 사상문화 배척법에 따르면 남한 콘텐츠를 유포하다 적발된 사람은 사형에 처할 수 있다.
2019년에 탈북한 전직 북한 외교관 류현우씨는 “김정은은 사람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과 남한이 얼마나 부유한지 이해한다면 김정은을 미워하고 일어설까 봐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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