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작가 논란으로 올해 새로 제작·봉안된 ‘춘향영정’이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새 그림 속 춘향의 얼굴은 10대라고 보기 힘든 나이든 여성의 외모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부터다. 하지만 외모 판단은 주관적인 해석이며 춘향이 상징하는 의미에 더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억 7000만원짜리 새 춘향영정, 전에 그림이 더 낫다?
전북 남원지역 일부 시민단체는 지난 14일 '남원시민단체연석회의'라는 이름으로 보도자료 형식의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항일정신이 담겼던 1931년 제작 최초 영정을 봉안해야 한다면서 새 영정의 제작 및 봉안과정 중 시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또 1억7000만원을 들여 제작한 새 영정이 제작자 해설과는 다르게 17세 여인이라기 보다 훨씬 나이들어 보인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올해 '제93회 춘향제' 당시 스티커를 이용한 시민 투표에서 최초 영정에 대한 지지도가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증거를 제시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애초부터 새 영정을 반대해 왔던 이들의 주장이 주관적 해석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시민여론을 왜곡'했다는 의심도 사고 있는 상황이다.
춘향의 외모? 주관적인 해석일 뿐. 항일정신? 근거 사료 존재하지 않아.
18세기 당시의 17세 여인 얼굴을 현대 기준으로 비교·판단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기에 새 그림 속 춘향의 얼굴이 지나치게 나이 들어 보인다는 주장은 어디까지나 주관적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또 최초 춘향영정을 독립운동가가 제작했다는 점과 제작비용을 당시 전국 기생조합에서 모금을 통해 마련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황상 항일정신의 의미가 담겼다고 해석하지만 최초 영정이 항일정신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료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시민들 역시 춘향이 상징하는 기본적 의미는 '사랑'과 '정절'인 만큼 춘향이 상징하는 고유 의미에 더욱 충실한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시민투표 객관성과 공정성에도 문제 있다?
이들 시민단체가 진행해 결과를 얻었다는 '스티커이용 시민투표'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결정적 하자가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 투표현장에는 광한루원 정문 앞 시민단체가 준비한 3장(최초 2장)의 영정그림이 팝업형태로 세워 졌고 주위에는 새 영정을 반대하는 현수막과 최초 영정의 홍보물까지 광한루원 담장을 따라 길게 설치됐다.
이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비판코자 하는 새 영정 바로 옆에서 유인물을 배포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남원시민단체연석회의 관계자는 "17세 여인의 얼굴로 보기 힘들다는 주장은 주관적 주장이 맞고 투표방식의 공정성이 부족했다는 점 역시 인정한다"면서도 "이러한 투표를 진행 한 것은 이렇게라도 개괄적인 시민들의 뜻을 보여주고자 함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남원시가 나서 시민들의 뜻이 어디에 있는 지 정확한 여론을 조사해 달라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춘향이가 살았던 당시 풍습·생활상·생애주기 등 고려해야…
이 같은 상황에 일부 시민들은 "투표자체가 남원시의 대표행사인 춘향제 행사장 입구에서 진행됐고 그마저 주관적 해석에 따른 주장이 주도했다", "꼭 남원의 대표 축제기간, 축제장 앞에서 해야 했나. 남원시민으로서 제 얼굴에 침뱉기와 같은 꼴로도 볼 수 있다" 등 불만을 표했다.
새 영정의 제작·봉안을 주관했던 남원문화원은 "새 영정의 제작의도는 현재 17세 여인의 모습도, 일제강점기 시각의 춘향도 아닌 재현된 18세기 춘향의 모습"이라며 "당시의 풍습, 생활상, 사람들의 생애주기 등이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설명했다.
또 "춘향과 항일운동의 연계는 국민정서상 아직은 생소한 일"이라며 "항일에 대한 의미는 별개로 차후 학술대회 등을 통해 밝혀내 의미를 되살리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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