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결실을 앞둔 미국의 겨울밀 수확이 극심한 가뭄으로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 때문에 세계 5위권 밀 수출국인 미국이 밀가루 생산을 위해 외국산 밀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 시간) “(지난겨울 파종한) 미국 전역의 겨울밀 중 3분의 1 정도가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심어놓은 밀 중 수확 가능한 양이 전체의 3분의 2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WSJ는 올해 밀 폐기율이 1930년대 ‘더스트볼’ 당시 수준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1917년 이후 가장 높다고 덧붙였다. 더스트볼은 1930년대 미국 중서부에 모래 폭풍이 불면서 곡물 수확량이 급감하고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사건을 일컫는다.
특히 우려가 심한 지역은 미국에서 겨울밀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중부 캔자스주다. 현재 캔자스주 내 겨울밀 재배지의 93%가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미 농무부는 이로 인해 수확 예정인 겨울밀의 절반 이상이 좋지 않은 상태라고 보고 있다. 그 결과 농부들이 밀을 수확하지 않고 폐기하면서 캔자스주의 이달 밀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21.6%나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WSJ는 “미국산 밀의 경쟁력은 러시아와 동유럽의 밀 과잉 공급, 해운 운임에 비해 비싼 철도 운임, 달러 강세 등 광범위한 요인 때문에 이미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확량까지 줄어들자 “제분 업체들이 이례적으로 유럽산 밀을 수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WSJ는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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