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지난 주말 개최된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행사장에서 지자체와 경찰이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대구시가 해당 축제가 도로 점용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점거라고 주장하자 경찰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허가된 집회라고 맞서면서 자치경찰제 도입에 따른 지자체와 지방경찰의 권한 논란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양측의 충돌은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린 17일 오전 9시 25분께 대구 중구 반월당네거리 주변에서 발생했다. 대구시 소속 공무원 500여 명이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무대 설치를 위한 화물차량의 진입을 시도한 대구퀴어문화축제 측을 제지하고 행정대집행을 시도했다. 이에 경찰이 경력 1500여 명을 동원해 축제 측 무대 설치 차량 진입로 확보에 나서며 양측의 몸싸움이 벌어졌고 결국 행정대집행이 제지됐다.
지자체 소속 공무원과 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특정 사안을 두고 물리적 충돌을 벌였다는 점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경찰이 대구시의 행정대집행을 막는 과정에서 심각한 부상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권력끼리 충돌했다는 것만으로도 비판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이번 행사를 앞두고 주최 측이 도로 점용 허가를 받지 않았지만 집회를 강제로 해산해야 할 정도로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명백한 위협이 발생하지 않은 만큼 집회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왔다. 대구시가 도로 점용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회를 해산하는 행정대집행에 나선 것은 지나친 조치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지자체장이 지방경찰청장의 합법적인 업무 수행을 방해하는 월권 행위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퀴어축제에 대구시가 도로 불법 점거를 막겠다고 하니 경찰 간부가 집회 방해죄로 입건한다고 엄포를 놨다”며 대구시의 행정대집행을 막은 경찰을 비판했다. 이어 18일에도 “퀴어들의 파티장을 열어준 대구경찰청장은 대구시 치안행정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대구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은 이날 성명문을 내고 “검찰 출신으로 누구보다 법을 잘 아시는 분이 왜 이러시는지 의문”이라고 홍 시장의 행태를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는 다음달 1일 서울 도심에서 진행되는 ‘서울 퀴어퍼레이드’ 주최 측이 경찰에 집회신고만 할 경우 도로점용 허가를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도로사용을 막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7월1일 을지로 일대에서 퀴어퍼레이드를 개최하겠다며 이달 초 경찰에 집회를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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