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교과과정 내에서 출제하라는 ‘공정수능’을 지시한 가운데, 이와 관련해 수능을 150일 앞둔 수험생들이 혼란에 빠졌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공정수능’ 발언 이후 수험생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수능 난이도와 출제 경향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특히 윤 대통령이 교육 과정 밖의 문항으로 국어 비문학 등을 예시로 들어가며 구체적으로 언급하자 “국어영역에서 비문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는데 비문학 난도가 낮아질 것 같다”고 예측하는 글이나, “윤 대통령이 과학탐구 등 다른 영역을 언급하지는 않았냐”며 윤 대통령의 언급 범위를 묻는 글 등이 다수 올라왔다.
수능 난도를 두고 '물수능'과 '불수능'을 예상하는 갑론을박도 이어졌다.
난도 하락을 점친 한 누리꾼은 "꼬아서 내는 킬러문제는 줄고 변별력을 위해 준킬러를 늘리지 않을까 싶다"며 "의대를 지원할 최상위층 변별력은 떨어지고 차상위층 이하에서는 변별력이 있을 듯하다. 최상위층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반대로 다른 누리꾼은 "올해 재수생 비율이 역대 최고치인데 다양한 사설 문제와 고난도 문제에 찌든 재수생을 상대로 쉬운 문제를 냈다가는 최상위권 변별을 하지 못해 혼란을 맞게 될 것"이라며 "너도나도 쉽게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공교육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거셌다. 교과서 위주로 수능 문제를 출제하는 게 아니라 생소한 지문을 만나도 문제를 풀 수 있는 독해력을 기를 수 있도록 공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사교육을 배제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수능에서 계속 신유형을 출제하는 것"이라며 "현 공교육은 수준이 낮다. 학생들이 교과서와 수업으로는 내신이며 모의고사 대비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에 사교육 열풍이 분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뒀다는 한 학부모는 "학교 수업만 잘 따라가면 풀 수 있게 하라는데 요즘 학교 분위기를 잘 모르고 하는 얘기같다"며 "공교육이 무너져서 학원을 안 보낼 수가 없다. 사교육비 상승 원인을 수능에서 찾을 게 아니라 공교육부터 살려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수능이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문제 의식에는 공감하지만, 대통령의 발언 시점이나 방법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반응도 상당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12년 공부해서 입시를 준비하는데 고작 수능 몇 개월 앞두고 이런 이슈가 터지는 것 자체가 수험생에게 너무나 힘든 일"이라며 "이런 사실을 집에 수험생 자녀가 없거나 입시가 끝난 높은 분들이 몰라서 생긴 정치적 에피소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수능은 말 그대로 대학에서 수학할 능력을 보는 시험이다. 그중에는 대학에 가면 마주치게 될 낯선 지문에 대한 독해력도 포함된다. 생소한 지문을 이해할 수 있느냐가 시험의 목적 중 하나"라는 의견도 잇따랐다.
한편 유명 학원 강사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현우진 수학강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애들만 불쌍하지…쉬우면 쉬운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혼란인데"라며 "앞으로는 뭐가 어떻게 어떤 난이도로 출제될지 종잡을 수 없으니 모든 시나리오를 다 대비하는 수밖에 없겠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원준 국어강사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더 좋은 대안이 없다면 섣부른 개입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원인이 된다"며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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