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성사 후 급상승하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내각의 지지율이 최근 하락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마이넘버카드(주민등록증)’ 제도가 잇따른 오등록 사태로 혼란을 키운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재원 확보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저출산 대책도 내각에 대한 신뢰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19일 아사히신문은 이달 17~18일 전화 여론조사(전국 1099명 대상)를 실시한 결과 기시다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률은 42%로 ‘지지하지 않는다’(46%)보다 낮았다고 보도했다. 지지율은 5월 조사보다 4%포인트 하락했다. 지난달만 해도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46%)은 내각에 반대하는 응답률(42%)을 앞서고 있었다.
이달 다른 매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일제히 하락했다. 교도통신이 17~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40.8%로 전월 대비 6.2%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의 응답률은 5.7%포인트 상승한 41.6%를 기록했다. 특히 마이니치신문이 같은 날짜 실시한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전월 대비 12%포인트 급락하며 33%로 내려섰다. 지지통신의 조사에서는 3.1%포인트 내린 35.1%를 기록했다.
최근 도입 과정에서 잡음을 내고 있는 일본판 주민등록증 마이넘버카드 제도가 지지율 하락세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내년 가을까지 현행 건강보험증을 폐지하고 마이넘버카드로 일원화하기 위해 해당 제도의 보급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카드와 연동되는 계좌가 잘못 등록되거나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가 연결되는 등 문제가 잇따르며 논란을 키웠다. 이번 교도통신의 조사에서 마이넘버카드 사용 확대에 ‘우려’를 표한 비율은 71.6%를 기록했다. 이어 정부가 건강보험증 폐지 계획을 ‘연기·철회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72.1%에 달했다.
기시다 총리가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꼽아 추진 중인 중장기 저출산 대책의 재원 확보 방법이 여전히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점 역시 지지율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내세운 저출산 대책을 위해서는 연간 약 3조 5000억 엔(약 32조 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시다 총리는 가계 증세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상황이다. 이번 아사히 조사에서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대해 ‘기대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은 73%에 이른 반면 ‘기대한다’는 응답률은 23%에 불과했다. 기시다 총리의 “(가계에) 추가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에 대해선 26%만이 신뢰감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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